7일 열린 중국과 대만의 첫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은 서로를 ‘셴성(先生·선생)’이라 불렀다. 각자 자신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상대방을 나라로 인정하지 않는 두 나라 정상의 고육책(苦肉策)이다. 중국에서 선생은 영어의 ‘미스터(Mr.)’나 한국의 ‘씨’ 같은 일반 경칭이다. 한국에서 선생은 교사나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이기도 하고 그냥 어른을 칭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 선생은 학식과 덕망이 높은 사람에게만 붙이는 호칭이었다. 옛말에 영의정 셋이 대제학 한 명과 맞먹고, 대제학 셋은 선생 하나, 선생 셋은 처사 한 명과 맞먹는다고 했다. 영의정은 조선시대 가장 높은 벼슬이었고 대제학은 정2품이었지만 대제학은 학문의 최고 권위자로서 종신 근무하는 명예로운 관직이어서 우러러봤다. 이런 대제학보다 존경받는 것이 선생이었고, 선생보다 더 존경받는 사람은 학식이 높으면서도 평생 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처사였으니 옛날 선비들의 가치관을 알 수 있다.
▷상대를 어떻게 부르느냐는 정치적 관계 설정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3년 전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을 ‘그년’이라 했다가 이번에 망신을 당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5자 회담에서 “인상도 좋으신데 그때는 왜 그년 저년 하셨어요?”라고 하자 “죄송합니다”라며 쩔쩔맸다. 2010년 당시 이명박 정부와 박 전 한나라당 대표의 갈등이 심해지자 이동관 홍보수석은 “박근혜 의원”이라고 했다가 친박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당했다.
▷66년 만에 열린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하나의 중국’을 추구하되 해석과 명칭은 각자 알아서 하기로 한 ‘1992년 합의’를 재확인했다. 통일을 지향하면서도 분단된 현실을 인정하는 정책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시 주석의 말은 우리도 즐겨 쓴다. 중국과 대만은 올해 인적 왕래만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지난달 고작 500여 명의 이산가족이 2박 3일 만나고 다시 이별했으니 양안 관계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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