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문겸]창업 장벽 낮추고 맞춤서비스 늘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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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옴부즈만의 시선 (中)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
현재 국내에는 창업 기업을 돕는 14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들어선 데 이어 올 7월에는 민간의 기술창업을 지원하는 ‘TIPS창업타운’이 문을 열었다. 장기화된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고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창조경제의 씨앗이 뿌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텃밭으로 이제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와 참신한 기술을 갖춘 예비 창업인들이 창조경제의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좋은 토양과 풍부한 비료만 있다고 꽃이 만개하는 것이 아니듯, 잘 갖춰진 지원 정책만으로 창업 붐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햇빛 없는 음지나 잡초 무성한 풀밭에서 꽃이 자라기 어렵듯, 무거운 규제에 억눌린 환경에서는 신생 기업들이 좀처럼 성공의 싹을 틔울 수 없다.

최근 간담회에서 만난 한 벤처 창업가가 전한 말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미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다 국내로 돌아와 벤처기업을 창업한 A 대표는 신생 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창업지원 정책은 한국이 미국보다 몇 배 이상 잘돼 있지만 기업을 하기는 훨씬 어렵다”고 지적했다.

창업 지원정책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우선 불필요하게 까다로운 각 업종들의 창업 등록요건을 완화해 창업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수상레저교육업, 산림업, 소방공사업, 경비업 등 164개 업종은 지금도 면허, 지정, 허가, 신고 등 창업을 가로막는 다양한 형태의 진입장벽을 쌓아두고 있다. 일례로 산림토목업은 자본금 3억 원에 자격기사 5명 이상을 고용해야만 회사를 세울 수 있고, 일반 경비업은 최소 10명 이상을 고용해야 창업을 할 수 있다. 상당수는 변화된 기술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낡은 규제들이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과 함께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중요하다. 창업 준비를 마친 기업에 창업자금이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소극적인 지원정책을 넘어 정부가 직접 창업 준비 과정을 돕는 적극적인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이스라엘 정부는 인터넷을 통해 창업 희망자가 구상하는 신제품이 이미 생산된 제품은 아닌지, 필요한 부품을 어디서 값싸게 구할 수 있는지 등 시시콜콜한 ‘창업 팁’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제공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창조경제의 씨앗을 틔우기 위해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목돈과 인맥 없이도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창업자금 마련부터 거래처와의 계약, 납품 및 판매까지 도와주는 ‘중소기업 성장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 단계로 전국 14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TIPS창업타운에서 지원을 받은 창업 희망자들이 창업과정에서 경험한 크고 작은 문제들과 해결방안을 업종별, 기업 규모별로 정리해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포털 사이트들의 지식공유 서비스처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지 못한 창업 희망자들도 묻고, 행정기관들과 창업 선배들이 답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해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지원 혜택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잘 갖춰진 ‘하드웨어’라면 창업기업에 대한 정보제공 플랫폼은 첨단 하드웨어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창업지원정책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을 뒷받침할 때 우리는 비로소 화려하게 만개한 창업 희망자들이 틔운 창조경제의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
#창업#장벽#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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