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가 11일 단 하루 동안 912억 위안(약 16조5000억 원)의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미국 최대의 쇼핑이 이뤄지는 블랙프라이데이와 그 다음 주 월요일인 사이버먼데이까지 합친 매출액 4조 원의 4배가 넘는다. 이 행사를 주관한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세계를 흔들자”며 “11월 11일 전 세계는 중국 소비의 힘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 그대로다.
232개 나라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한 이번 이벤트는 세계 쇼핑 역사를 새로 쓸 기록이 쏟아졌다. 거래의 68%가 모바일을 통해 이뤄졌고, 12시간 만에 지난해 판매액 571억 위안을 넘어섰으며, 중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호주 유기농 분유 벨러미스는 씨가 말랐다. 하루 행사를 위해 170만 명의 택배인력과 화물비행기 200여 대, 차량 40만 대가 동원됐다니 관련 산업에 미친 영향도 대단할 것이다. 2009년 “외로운 청춘을 위로한다”면서 시작한 광군제가 전자화폐를 통한 모바일결제, “24시간 내 중국 어디든 배송한다”는 스마트물류 네트워크 시스템, 그리고 연예인을 동원한 마윈 회장의 마케팅과 50% 이상 할인율에 몰려든 14억 중국 소비자의 힘에 의해 6년 만에 1800배 규모의 ‘글로벌 쇼핑절’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알리바바의 온라인몰에 입점한 이랜드, 이마트, 화장품업체 등 한국의 판매 실적이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를 기록했다지만 지난달 1∼14일 실시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떠올리면 초라해진다. 백화점 전통시장 편의점은 물론이고 온라인쇼핑몰까지 3만4000여 곳이 참여해 침체된 국내 소비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한 것은 맞다. 그러나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를 하는 중국에선 민간 기업이 열 달 넘는 준비 기간 동안 제조업체들의 적극적 참여를 끌어내 할인 폭도 50% 이상이었던 반면, 시장경제를 자부하는 한국에선 정부 주도 행사로 할인율이 평소 세일 수준밖에 안 됐다.
한국이 철강 조선 같은 중후장대 산업뿐 아니라 이제는 전자상거래 같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유통서비스업에서도 중국에 밀리게 생겼다는 점을 광군제가 일깨워 준다. 한국은 1990년대 전자상거래를 시작했지만 알리바바 같은 스타를 키우지 못했다. 알리바바의 혁신 아이콘인 모바일 결제는 다음카카오도 2012년 내놓았지만 정부 규제에 걸려 도입이 늦어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중국의 전자상거래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급성장했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뒤늦게 올해 6월에야 ‘전자상거래 강국 도약’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속도가 관건인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언제 전자상거래 글로벌화를 이룰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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