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찬의 SNS 민심]“표현의 자유를 아프게 하면 못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실제 여고생(=미성년자)들이 부르마 입고 나와서 무대에서 온갖 춤을 다 춰도 ‘건강해 보인다’고 좋아했잖아? 근데 성인인 아이유가 ‘소녀스러운 옷’을 입고 자기 외모가 곧장 가리키고 있는 ‘그 지점’을 좀 활용했기로서니 이게 무슨ㅋㅋㅋㅋ.”(@miss*****)

“왜 매번 유난히 아이유한테만 예술의 허용성이 넓어지고, 장르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컨셉’의 허용 범위가 커지는지 모르겠다. 나는ㅋㅋ 이거 다른 가수가 들고 나왔으면 벌써부터 논란 되고도 남았을 거다.”(@caff*****)

가수 아이유의 새 노래 ‘제제’ 논란이 뜨겁다. 아이유가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다섯 살 주인공 제제를 성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출판사가 비판하면서 논란이 가열됐고 문화평론가 등이 합류하면서 소셜미디어는 거대한 논쟁의 바다가 됐다.

4일부터 11일까지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서 아이유와 제제를 언급한 글은 무려 28만6819건이 검색됐다. 웬만한 이슈는 흉내도 내기 힘든 언급량이다. 동녘출판사가 비판적인 의견을 낸 5일 하루에만 5만2615건이 검색됐고 6일에 5만8395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아이유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적으로 제가 작사가로서 미숙했던 탓”이라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제제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의 압도적 1위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였다. 동녘출판사에서 의견을 발표했고 누리꾼들은 이를 신속하게 퍼 날랐다. 출판사는 “제제, 어서 나무에 올라와 잎사귀에 입을 맞춰. 장난하면 못써 나무를 아프게 하면 못써” 같은 가사를 인용하면서 “학대로 인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다섯 살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표현의 자유도 대중의 공감 위에서 이뤄진다”는 다소 어이없는 멘트도 덧붙였다. 출판사의 주장에는 비판적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문학평론가 허지웅 씨는 트위터에 “출판사가 문학의 해석에 있어 엄정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제제는 출판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려 2500여 회 호응을 얻었다. 진중권 교수도 “문학작품에 대한 해석을 출판사가 독점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이 시대에 웬만큼 무식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망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아이유의 노랫말은 제제를 왜곡한 것으로 올바른 해석이 아니다’(출판사) ‘아이유의 노랫말은 교묘하게 아동성애를 부추긴다’(일부 누리꾼) 이게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가능한 문화풍토일 겁니다. 나만의 올바른 제제, 나만의 올바른 대한민국”이라며 제제에 대한 비판을 교과서 국정화에 비유했다.

전체 연관어 2∼5위는 ‘논란’ ‘아동학대’ ‘가사’ ‘출판사’가 차지해 소설 속 인물을 가사화한 것이 문제가 됐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6, 7, 8위는 ‘컨셉’ ‘섹시하다’ ‘로리타’가 차지했는데 이는 소아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폭넓게 회자됐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chib****는 “아이유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이 약자, 학대당하는 5살 어린이에게 성적 프레임을 씌운다”고 비판해 5000회가 넘는 호응을 얻었다. 반면 @inti*****는 “아이유가 뭔 노래를 불렀는지 관심도 없다가, 그 마녀재판의 공소장 같은 짜맞춤 글을 보고 우르르 ‘소아성애 맞네’ 하는 꼴도 우습다. 스물셋이나 제제는 모두 아이유 자신이 관객 혹은 음반시장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자기성찰을 담고 있다”며 아이유를 옹호했다.

전체 연관어 9위는 ‘해석’이, 10위는 ‘자유’가 차지했다. 문학작품을 해석하는 데 있어 표현의 자유가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miss*****는 “아이유가 좋았던 건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조롱할 줄 아는 발칙함 때문이었고 남들도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라고 반문했다. 아이유의 제제는 소설 속 제제와 다른 시선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유석 판사는 페이스북에 “제제는 작품에 대한 노래가 아니라 일부 이미지만 차용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봤다.

동녘 측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했다. 논란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표현의 자유는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다. 윤리적 잣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면 웨딩드레스를 입고 ‘Like a virgin’을 부른 마돈나 같은 위대한 뮤지션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아이유#제제#표현의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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