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로 시작한다. 조용필이 30년 전 내놓은 앨범 8집의 대표곡인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부부인 김희갑 양인자가 작곡 작사자다. 조용필이 코냑 한 병을 들고 김 씨 부부를 찾아와 “지금까지와는 다른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다.
얼마 전, 대한민국 검찰이 이 지경까지 됐는지 혼자 실소를 터뜨렸다. 그때 이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검찰이 해외자원비리 수사 과정에서 이명박(MB) 정권 인사들의 계좌를 무더기로 뒤졌다는 보도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확인을 구하는 기자들에게 “그런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MB 측 인사들이 발끈했다. 일부는 “계좌추적을 한 경위를 소상하게 밝혀라”며 검찰을 성토했다. 경위가 궁금했다. 해외자원비리와 관련해 감사원이 수사 의뢰한 김백준 MB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계좌가 문제였다. 이 계좌에서 MB 정권 때 장관 수석비서관을 지낸 고위 인사들이 보낸 돈이 무더기로 나온 것이다.
검찰은 김백준 계좌의 사람들이 차명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김경한 이귀남 권재진….’ 그의 계좌로 돈을 보낸 명단과 일치했다. 차례로 MB 때 법무부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다. MB 사람들의 계모임 간사가 김백준이다. 그 계좌로 ‘이명박 기념재단’을 위해 장관은 1000만 원, 수석은 500만 원씩 쾌척한 것이다.
어제 한 일간지는 주요 면에 ‘2016년 엄습한 70년대식 공포정치’라는 굵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참 코미디다. MB 인사 무더기 계좌추적도 근거 중 하나였다. ‘내쫓은’ 사례로는 채동욱과 유승민을 꼽았다. ‘겁주고’ 운운하는 대목에선 헛웃음이 나왔다. 우리 검찰이 그런 실력이라도 갖췄으면 다행이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문패를 내린 후 서울중앙지검이 사정의 중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혹은 국무총리를 시켜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한 작년 3월 이후 MB를 겨냥한 듯한 수사가 꼬리를 물었다. 서울중앙지검이 앞장섰다. 성과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검찰총장이 반부패수사팀을 만들었을 것이다.
반부패수사팀이 가동돼도 서울중앙지검은 여전히 중추다. 그런 서울중앙지검이 걱정스럽다. 최고 책임자 이영렬 지검장은 최근 법원을 비판하는 돌출 행동을 했다. 그럴 사람이 아니라 누가 시킨 건지 궁금했다. 장관이나 검찰총장은 아니란다. 국무총리나 청와대 쪽?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자가발전인 듯하다.
그는 대구지검장 때 ‘박 대통령의 염문’ 운운하는 비방 전단을 제작해 전국 곳곳에 뿌린 박성수를 구속 기소한 공을 세웠다. 전국을 관할하는 대검이 지휘할 사건이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특별수사팀’까지 만들도록 경찰을 지휘했다.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국무회의 때 대통령과 마주칠 때마다 이 문제로 볼 낯이 없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런 연유로 박 대통령이 그를 직접 혹은 황 총리의 천거로 낙점한 것 같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 많은 엘리트 조직일수록 인사에 목을 맨다. 하물며 ‘검찰 2인자’에 발탁했다면…. 그가 법원 규탄 기자회견을 한 다음 날 대통령은 부패 척결을 또 한 번 강조했다.
부패 수사는 하더라도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수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에도 도전하라. 굶어 얼어 죽을 각오로 산정 높이 올라가는 ‘킬리만자로의 표범’ 같은 검사, 그런 검사 없나. 당대의 검사, 심재륜이 문득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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