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란 말은 두근거림과 설렘을 동반한다. 오랜 염원을 이룬 ‘집단의 기억’ 속에서라면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해진다. “1976년 8월 1일 오전 10시 양정모 선수의 늠름한 목줄기에 금메달의 영광이 드리워지고 사상 처음으로 애국가가 장엄하게 세계만방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몬트리올 하늘에 휘날리자 모두는 제어할 수 없는 감격에 북받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건국 후 첫 올림픽 금메달 소식을 전한 40년 전 본보 8월 2일자 1면 톱기사는 흥분 그 자체였다.
▷‘게임의 룰’이 역시 중요했다. 양정모는 마지막 경기에서 몽골의 오이도프에게 8-10으로 졌다. 하지만 결승 리그에 오른 선수 3명이 맞대결해 벌점 적은 선수가 우승하는 시스템 덕에 금메달을 땄다. 양정모는 벌점 3점, 오이도프는 4점, 미국의 존 데이비스는 5점.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기정은 일장기를 달았으니 몬트리올 쾌보에 온 나라에 난리가 날 만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또 다른 양정모를 육성할 한국체육대학교 설립을 지시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엔 금메달은 ‘순도 1000분의 925 이상’의 순은으로 만들고 6g 이상의 순금으로 도금하게 돼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 금메달도 494g의 은에 6g의 금박을 씌운 것으로 원가는 70만 원 정도. 실제 성분은 금, 은메달이 큰 차이 없으니 진짜 금인지 확인하려고 깨물어 보는 선수들이 허탈할까. 흘린 땀에 따라 달라지는 메달의 의미는 단순한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데….
▷리우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순위 10위 이내가 목표다. 그간 여름올림픽에서 거둔 메달은 금 81개, 은 82개, 동 80개. 남의 잔치인 올림픽에서 우린 언제나 금메달을 따보나 마냥 부러워했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양정모의 고향 부산 동광동 40계단 앞에선 금메달 획득 40주년 행사가 오늘 열린다. 그가 이를 악물고 뛰어 오르내린 그곳에서 국민의 환희가 영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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