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의 성산포대 대신 ‘성주군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새누리당 TK(대구경북) 지역 초·재선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성주 군민의 ‘유해성 논란’을 고려해 “새로운 곳을 검토·조사하도록 해보겠다”고 말한 것이다. 사드 배치 자체를 재검토하는 것은 아니라 해도 초미의 외교안보 현안을 대통령이 지역구 의원들에게 ‘선물’이라도 주듯 밝힌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확한 사드 부대 배치 지역은 미국과 중국, 일본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대한 문제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국무회의, 아니면 대통령의 특별담화로 밝히는 것이 옳다. 국방부는 지난달 “기존에 결정된 부지(성산포대)가 최적의 적합지”라며 부지 교체 가능성을 배제한 바 있다. 더구나 박 대통령 자신도 지난달 NSC와 이틀 전 국무회의에서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지 않았던가.
대통령의 말, 특히 국가 안보에 관한 발언은 산처럼 무거워야 한다. 당장 사드 반대론자들 사이에선 ‘배치 결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가를 자인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대통령 발언에 “검토”를 밝힌 국방부에 대한 신뢰까지 깎일 우려가 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5일 앞둔 시기에 박 대통령이 TK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에 TK 기반의 친박(친박근혜)계 결집을 촉구하는 고도의 정치 행위라는 뒷말도 나오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의원들이 아닌 성주 군민을 청와대로 초청하거나 직접 만나러 갔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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