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가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논란의 대부분은 사드의 기능과 피해, 주변국 반발이고 그 전술적 의의와 활용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전차가 참호전 타개 수단으로 개발되었지만 후에 전격전의 주역이 된 것처럼, 핵무기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변화된 전장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전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인명 피해를 줄이면서 적의 중심부를 타격하는 핵 공격 전술은 21세기 정보기술(IT) 기반 사회를 맞아 다시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현세의 만화 ‘남벌’에서는 북한 핵무기의 고공 폭발로 일본의 전자 장비를 무력화하고 승기를 잡는 장면이 나온다. 인명 피해가 거의 없이, 현대 네트워크 전쟁의 핵심인 IT 설비를 크게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보유국들은 IT 발달 지역을 고고도 핵폭발로 무력화한 후 후속 공격을 가하는 전술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에 시도한 무수단미사일과 노동미사일의 고각 발사와 고공 폭발 실험도 이러한 전술 개발 의도를 보여 준다. 까다로운 탄두 재진입 기술도 필요 없으니, 북한이 현 수준에서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전술이다. 이는 세계적인 IT 대국이면서 대도시 밀집도가 높은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것은 저고도 방어망뿐이고, 고고도 방어망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주한미군이 고고도를 방어하면서 복수의 요격 기회를 만드는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이다. 사드는 중단거리 미사일 방어용으로 개발된 후 장거리용으로 개량되고 있다. 레이더는 장거리 식별을 위해 극초단파를 사용하고 저고도 방어망에도 탄두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요격 범위보다 넓은 지역의 하층 방어망까지 강화할 수 있다.
사드가 완벽한 무기가 아니고 현 배치로 충분하지도 않으나, 북한 핵무기 역시 숱한 기술적 문제점과 전술적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의 약점을 보완하고 상대 약점을 부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드는 북한의 핵 전술 활용 범위와 운용 능력을 크게 제한하고 아군에는 대비할 시간을 벌어 준다. 아울러 우리에게는 첨단 고고도 방어 체계와 운용 기술을 배우고, 자주적인 한국형 방어 체계 개발 기간을 단축할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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