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저커버그의 졸업 축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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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중퇴자의 졸업 축사 하면 ‘Stay Hungry, Stay Foolish’로 끝나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떠오른다. 잡스는 이 말대로 ‘언제나 갈망하며 늘 우직하게’ 살았다. 잡스가 스탠퍼드대에서 축사를 한 2005년은 애플을 다시 성공 궤도에 올려놓았고 시장의 틀을 바꾼 아이팟을 선보인 지 4년이 지난 해였다. 잡스는 굴곡 많은 개인사를 소개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가슴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라고 격려해 큰 박수를 받았다.

▷1955년생으로 잡스와 동갑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자신이 중퇴한 하버드대에서 2007년 졸업 축사를 했다. 그는 “아빠, 난 언젠가 학교에 돌아갈 거고 졸업장을 받을 거라고 항상 말했잖아요”라고 기쁨을 표현했다. 하지만 세계 수백만 명을 절망에 빠뜨리는 부와 건강, 기회의 심각한 불평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대학을 떠나 크게 후회한다고 했다. ‘많이 받은 사람들은 더 많은 의무를 져야 한다’는 어머니의 편지를 인용하며 명문대 졸업생들이 불평등에 맞설 책무를 강조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25일(현지 시간) 하버드대에서 졸업 축사를 했다. 그 역시 하버드대를 중퇴한 정보기술(IT) 부호이지만 잡스나 게이츠와 달리 33세로 졸업생들과 같은 세대라고 강조한 점이 색다르다. 저커버그는 세계인 누구나 목적의식을 갖는 세상을 만들자고 역설했다. 세상을 냉소하기에 충분한 한 불법이민 어린이의 꿈을 소개하면서는 울먹이기도 했다. 30대 초반이지만 축사의 무게만큼은 50대의 잡스나 게이츠 못지않았다.

▷저커버그가 기후변화나 기본소득 등을 언급하고 전체주의나 고립주의 등에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정치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가 거론한 항목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과 거의 정반대 방향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의 축사는 페이스북으로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면서 겪고 느꼈던 문제점들을 젊은 졸업생들과 함께 해결하자는 초대장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에서 나온 문제의식은 나이와는 상관없다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대학 졸업 축사#애플 창업자#스티브 잡스#빌 게이츠#마크 저커버그#하버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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