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가짜 뉴스 ‘안아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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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머니들은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처방을 한두 가지 갖고 있었다. 아이가 먹은 것이 얹혔을 때 어머니가 반짇고리에서 굵은 바늘을 꺼내 머리에 쓱쓱 문지르고는 엄지손톱 바로 아래를 찔러 피를 내면, 체증은 거짓말처럼 내려가곤 했다. 지금 젊은 엄마들이라면 세균 감염될까 봐 질색할 것이 분명하다.

▷“수두 백신은 위험하다. 전 국민이 수두 파티를 했으면 좋겠다.” “아토피로 가려우면 긁게 놔둬라.” “화상은 37도 물로 응급조치하면 훨씬 잘 낫는다.” 자연주의 육아방식을 주장한 인터넷 카페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에 소개된 내용이다. 카페 운영자인 김효진 한의사는 “약을 덜 쓰고 자연 면역력을 길러주는 방법을 가르쳐 줄 뿐”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하지만 한의학적으로도 검증 안 된 행위여서 부작용은 물론이고 아동학대 논란까지 일어났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고, 대한의사협회도 “가짜 뉴스보다 심각한 사기”라고 지적했다. 카페는 폐쇄됐고 운영자는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선진국에도 백신 거부 움직임이 있다. 독일에서는 1∼4월 홍역 환자(583명)가 작년 전체 환자(325명)보다 많았다. 홍역·볼거리·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소문에 접종률이 떨어진 탓이다. 관련 논문이 1998년 국제 학술지에 실린 건 맞다. 그러나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2010년 철회됐다는 것까진 독일 엄마들도 모르는 모양이다. 독일 정부는 보육시설이 백신을 거부하는 부모를 신고하는 법안까지 냈다.

▷자연요법이나 민간요법은 21세기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의사를 믿지 말아야 할 ○○가지 이유’ 같은 책도 잘 팔린다. 3분 진료로는 해소할 수 없는 답답함을 인터넷에서 찾으려는 사람도 많다. 물론 제약업체나 병원의 장삿속이 의심될 때도 적지 않다. 그래도 최선의 방법은 모니터만 쳐다보는 의사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스마트 환자’가 되는 것이다. 정답을 얻는 대신 해답을 찾아가는 것은 질병 치료뿐 아니라 가짜 뉴스에 속지 않는 삶의 자세로 반드시 필요하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가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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