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중 잣대 때문에 논란이 많죠? “내가 할 땐 그렇게 기를 쓰고 비난하더니 네가 하면 로맨스냐?”와 “너도 했잖아? 그리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하는 의견들이 팽팽한데, 양쪽 다 억울하겠지만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걱정도 됩니다.
아니, 사실 이런 자기중심적 이중 잣대질은 청소년기의 특징이라서 배우지 않고도 잘하죠. 우리 국민의 윤리발달 단계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늘 우리나라 성인들의 윤리발달이 청소년기에 머물러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의 현상에 대한 인지 혹은 인식은 그것에 대한 지각, 평가, 판단 등의 지식이 결합돼 형성됩니다. 그런데 한 현상에 대한 인식은 그것과 관련된 다른 현상들에 대한 인식들과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는 경우들이 생기곤 합니다. 남녀의 순결, 외모와 인생의 가치 같은 우리 삶에 밀접하고 중요한 부분들에서 흔히 일어나곤 하죠. 이를 ‘인지 부조화’라고 합니다.
연관된 현상들에 대한 인지 부조화가 발생하면 판단과 언행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집니다. 심적 갈등을 느끼게 되죠. 어떤 신념이나 가치관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을 때 심한 불편함을 느끼듯 말이죠. 인지 부조화에서 비롯된 불편함을 없애려면 현실을 받아들이고 신념과 가치관을 수정하거나 현실을 부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신념과 가치관은 인간 정체성의 핵심이기에 바꾸기 힘들죠. 그래서 대부분의 인간은 현실을 부정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믿음을 타당하게 만들어줄 설명과 명분을 찾아 나서죠. 자신을 지키려는 것입니다.
그럴 수 없을 때는 이빨을 드러내며 싸웁니다. 자신의 믿음의 잘못을 지적하고 부각시킨 상대방을 공격하죠. 상대방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내 잘못에 대한 지적도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죠.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너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한술 더 떠 현안과는 관련이 적지만 자신이 우위에 있는 다른 부분을 가지고 우격다짐을 하기도 하죠. 또한 “당신은 언제나 그래”라며 상대방을 지속적이고 전체적으로 잘못 하는 사람으로 만들고, 자신은 한순간 실수를 한 전반적으론 착한 사람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도 안 되면 잘못의 원인을 왜곡시킵니다. 상대방의 잘못은 그 사람의 인격 때문이고, 나의 잘못은 상황과 외압과 불운 탓으로 돌리죠. 모두 초등학생 아이들이 싸울 때 흔히 쓰는 전술입니다. 저도, 제 아내도 자주 사용하죠.
인지 부조화를 없애려는 이중 잣대질은 자신을 보호하고 편한 마음으로 살고 싶은 미성숙한 보통 인간들의 방어기제입니다. 혼자 조용히 하면 융통성이 되기도 하죠. 미성숙은 용서가 됩니다. 드러내놓고 하는 이중 잣대질은 힘이 더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남자가 여성을 억압하며, 부모가 아이에게 강요하며, 집단이 그 집단의 공통분모를 덜 가진 약한 개인을 소외시킬 때 하는 ‘갑질’이죠. 지속적인 가해는 용서받기 힘듭니다.
뉴스를 보며 욕을 좀 한 후엔 저 자신을 돌아보며 김건모의 조언을 마음속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내게 그런 핑곌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네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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