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전국 47개 대학 청년 140여 명을 인터뷰해 청년실업의 실태를 보도한 ‘청년이라 죄송합니다’ 특별기획 23회가 어제 막을 내렸다. 청년들은 취업을 포기하고도 부모님께 취업 준비 중이라고 거짓말할 수밖에 없는 ‘아가리 취준생’, 스펙 쌓기에 내몰린 ‘호모 스펙타쿠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티슈 인턴’ 등으로 살고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평생 ‘비계인(비정규직·계약직·인턴)’에 머물지 모른다는 상실감에 젖은 모습이 2017년 한국 청년들의 자화상이다.
어느 청년은 라면값조차 아끼려고 물에 분말수프를 푼 ‘라면국’에 밥 말아먹으며 300곳에 원서를 넣고도 여전히 취준생 신세다. 한 지방대 학생은 자격증을 12개나 따며 스펙을 갖췄지만 자신이 원하는 은행과 공기업에 모두 떨어진 뒤 노력이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부모님 전화를 받기가 두려워진 청년들의 절절한 사연을 본 독자들의 응원은 뜨거웠다. 규제 때문에 청년창업이 힘든 현실을 꼬집은 17년 차 사업가, 일을 배우고 싶은 청년을 채용하겠다고 나선 물류회사 사장은 모두 청년의 아픔을 공감하는 삼촌이고 부모였다.
‘청년이라 죄송합니다’ 시리즈에서 드러난 청년들이 바라는 일자리 정책 방향은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 축소와 민간 일자리 창출이다. 취준생이 원하는 것은 민간 기업 중심으로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정책인데 정부는 공공 부문 중심으로 속도전을 벌이려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1호인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발표된 직후엔 “정규직 전환보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용섭 국가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청년이 일자리를 잡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부 주도의 단기 대책만으로 만족스러운 일자리 만들기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과감한 서비스 규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의료관광 서비스업이 한 예다. 2015년 기준 중국인 의료관광객은 10만 명으로 전체 의료관광객의 3분의 1에 이르렀고 아랍에미리트 관광객 1명이 쓰고 간 돈은 1500만 원이 넘었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시 한 해 최대 3만7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일자리위원회가 청년 일자리만 제대로 만들어도 문재인 정부는 성공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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