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장인이 납부한 근로소득세가 전년보다 13.7%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 30조 원을 돌파했다고 국세청이 국세통계 자료를 통해 밝혔다. 근소세 증가율이 1인당 명목임금 증가율(3.8%)의 3.6배에 이를 정도로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2014년 이전에는 전체 국세수입 가운데 부가가치세의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2015년부터 2년 연속으로 소득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세목이 됐다.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월급쟁이의 수입이 재정의 버팀목이 된 셈이다.
임금 상승률이 예년과 비슷한데도 근소세가 급증한 것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같은 세금 감면 항목이 줄면서 직장인에게 사실상의 증세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최근 5년 동안 한국의 조세총액 중 소득세 비중 증가율은 18.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늘어나는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세원이 100% 노출된 근로자를 대상으로 감당하기 힘든 세금을 징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근로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겠다면 최소한 현재의 세금 징수 체계가 공평하다는 사회적 공감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근로자 가운데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중은 46.5%로 영국(5.9%)의 7.8배나 된다. 특히 연간 수입 4000만 원 초과자까지 면세자에 포함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저소득 지원이라는 명분이 무색할 지경이다. 소득 파악도 제대로 안 돼 자영업자의 소득 1000만 원 가운데 270만 원꼴은 지하경제에 잠겨 있다. 전문직 고소득자들은 듬성듬성한 과세 그물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만만한 직장인의 세금만 늘어나는 건 조세 형평에 맞지 않는다.
불공평한 과세체계를 고치려면 ‘부자 증세, 서민 감세’라는 정치적 구호에 얽매여 세제를 누더기로 만드는 관행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지금 우리는 누가 어디서 얼마나 벌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깜깜이 행정’에 갇혀 있다. 개인과 자영업자 가릴 것 없이 버는 만큼 세금을 징수하는 과세체계만 확립한다면 세율을 높이지 않고도 나라 곳간을 넉넉하게 채울 수 있다. ‘넓은 세원(稅源)’이라는 조세원칙이 월급쟁이에게만 적용돼서는 조세정의도, 건전재정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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