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 韓日 정상회담… ‘실용적 관계’ 복원해 북핵 공조 다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8일 00시 00분


문재인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가진 첫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아베 신조 총리에게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양국이 지혜롭게 해결하자”며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의 다른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일본 정상에게 직접 밝히며 입장 변화를 촉구하면서도 과거사 문제를 다른 문제들과 연관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취임 전만 해도 “정부가 고작 10억 엔에 역사를 지우려 한다”며 합의를 강하게 비판했던 문 대통령의 이런 ‘투 트랙’ 접근은 국익과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 양국 정상이 교대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 외교를 복원키로 한 것도 북한 문제를 비롯해 한일 간에 긴밀한 의견 교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서 의미 있는 합의다. 한일 셔틀 외교는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합의한 이후 지속되다가 2011년 1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중단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방일은커녕 특사 파견도 하지 않았다.

양국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조기 개최하기로 한 것도 성과다. 대북 문제 해결과 경제협력 분야에서 우리 국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중국과 마냥 각을 세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날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재로 아베 총리와 만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나선 북에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의 연장선상이다.

북핵 위기 고조는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갈등 구도를 구조화시켜 왔다. 이번 G20 정상회의는 북의 ICBM 발사가 이 구도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불쏘시개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은 강력한 대북 규탄 내용을 담은 언론성명 초안을 제시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채택이 무산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 강화를 요구하는 미국에 맞서 대화를 요구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베를린 구상을 통해 남북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래저래 북핵 해결을 위한 동북아 외교방정식이 난마처럼 꼬여 있다. 이를 풀어가려면 우선 한미동맹을 린치핀(linchpin·핵심축)으로 삼고 일본 중국 북한과의 관계 개선 우선순위를 정하고 로드맵을 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한일관계의 실용적 접근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재인#한일 정상회담#아베 신조#위안부#한중일 정상회의#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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