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페이스북에서 개인비서 서비스 ‘머니페니’를 개발 중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애플 ‘시리’, 구글 ‘나우’ 같은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인데, 인공지능만 아니라 진짜 사람들이 응답하는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머니페니란 이름이 왠지 친숙하게 느껴졌다면 한 번쯤 007시리즈를 봤다는 얘기다. 제임스 본드가 상관 M의 집무실에 찾아갈 때 꼭 만나는 여비서의 이름이 머니페니다. 매번 바뀌는 본드걸과 달리 머니페니의 경우 로이스 맥스웰이란 여배우가 35세에 처음 출연해 58세로 물러날 때까지 1∼14편에 연속 출연했다. 숀 코너리, 로저 무어 등 3명의 본드를 거쳐 20년 넘게 시리즈를 지켜온 장기근속을 통해 젊은 여비서는 관록 있는 조력자의 캐릭터로 변해 갔다.
▷영화가 아닌 역사 한 귀퉁이에 이름을 남긴 여비서들도 있다. 트라우들 융게는 1942∼1945년 히틀러의 마지막 여비서로 일한 경험을 회고록으로 남겼다. 올 1월 타계한 브룬힐데 폼젤은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여비서로 다큐멘터리 영화 ‘어느 독일인의 삶’에서 ‘그때’를 증언했다. 미국에서는 평범한 여비서 출신으로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된 사례가 있다. 지난해 공화당 대선주자로 뛰었던 칼리 피오리나 전 HP 최고경영자가 주인공이다. 요즘 국내서는 한 장관 후보자가 예전에 여비서를 채용하면서 자격 요건을 ‘24∼28세 여성’으로 한정한 것을 두고 차별 논란이 빚어졌다.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에 따르면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2007년 한양대 교수 시절 산학협력단 ‘행정사무원 겸 비서’를 채용할 때 이례적으로 나이를 제한했다. 정 의원은 “편향된 인식을 명백히 보여준 사례”라고 꼬집었다. 최근 정부는 차별 없는 공정한 채용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입사지원서에 사진, 출신 지역 등을 삭제하는 ‘블라인드 채용’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백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면 이번 논란을 교훈 삼아 산업부와 산하 공기업에서 나이 성별 등에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 발탁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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