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주바공항에는 화물을 내리는 컨베이어벨트가 없다. 비행기가 도착할 때마다 공항 인부들이 수화물을 직접 손으로 옮긴다. 비자를 발급하는 출입국사무소는 개조한 컨테이너박스를 공항 밖에 두고 활용하고 있다. 남수단의 국가 인프라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이해해도 무방할 것이다.
2011년 7월 9일, 남수단공화국이 수단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며 유엔에 193번째 신생국가로 등록됐다. 올해가 독립 6주년이다. 하지만 독립 2년 만에 내전의 비극을 겪게 되고, 그로부터 또다시 약 2년 반이 지난 지난해 7월 큰 분쟁에 빠지게 됐다. 7월 9일은 남수단 국민에게는 독립을 한 행복한 날로 기억되어야 하지만 오히려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불행한 날이 되었다.
올해까지 피란민 수가 200만 명이 넘고, 우간다를 비롯한 인근 국가로 떠난 사람도 18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보고됐다. 정치적 불안만이 원인은 아니다. 전체 인구의 41.7%인 약 490만 명이 식량 부족에 시달린다. 5세 미만 아동 27만여 명이 긴급 지원이 필요한 영양실조 상태다. 인플레이션 위기까지 겹치며 일부 식량은 1년 전보다 5배 이상 값이 오르기도 했다.
내전은 교육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초등학교 3곳 중 1곳은 무장 공격을 받았다. 15세 이상 남성 73%, 여성 85%가 문맹이고 학교에 가야 할 아이 5명 중 3명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상태다. 소년병으로 1만7000명 넘게 징집됐고,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재건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2013년 12월 내전 직후부터 남수단 국내 피란 지역에 긴급구호 물품을 지원하고 장기적인 정착민 거주지역에 학교를 짓고 있다. 또 수도 주바 인근 구기 지역에서는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아동 보호, 초등교육, 식수 확보 등을 통합하는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가정폭력, 여아 조혼 등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지역 정부와 지역 리더들의 아동 권리 및 보호에 대한 인식 개선 활동, 부모들의 양육 교육, 아동보호위원회 구성 등 지역 전체의 인식 개선과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인 아동과 여성들을 보호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다.
독립 이후 두 차례의 큰 국가적 비극으로 남수단은 ‘취약국가지수’ ‘부패인식지수’ 등 국가별 통계에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남수단은 이제 막 여섯 살이 된 유아기이다. 큰 시련을 겪은 어린 신생국가가 앞으로 헤쳐나갈 세상은 좀 더 따뜻하고 밝은 미래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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