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조현일]드디어 제주에 우리 집이 생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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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일
7월의 제주 밤바다에는 빨강, 초록의 전자찌가 허공을 난다. 저녁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동네 형님에게서 “한치 낚시 가자”는 연락이 온다. 몇만 원짜리 낚싯대를 들고 가까운 방파제에 나가 한치를 낚는다. 걸어서 10분이면 시원한 바닷바람에 유유자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지금 제주는 밤바다가 예쁜 계절이다. 한치를 낚으면서도 정신은 집 짓는 일에 쏠려 있다.

제주의 작은 시골마을에 터를 잡고, 집을 짓는데 이제 본채의 완공이 코앞에 다가왔다. 내 손으로 지어 보겠다고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집을 짓는 각 공정엔 전문가들이 있다. 기초공 철근공 외장목수 미장공 타일공 설비공 전기공 등등. 10년 이상은 해야 전문가가 되는 것인데, 처음부터 모든 공정을 직접 해 보겠다는 것은 어찌 보면 위험하고 바보스러운 발상일 수 있었다.

육지에서 전기설비를 배우고 목조학교를 다니고 학원 인테리어를 직접 하며 약간의 지식을 쌓아갔지만 여러 공정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주택을 혼자 짓는 건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주변에 혼자 집을 짓는 형님 동생들이 많아 도움을 받고, 잘 모르는 내용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이제는 완공을 3주 남기고 있다. 큰비가 내리는 날 동네 형님과 철근을 메고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1480장을 올려 골조를 완성했다.


50평이 넘는 집을 직접 지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직접 설계하고, 가구를 손수 만들어 엮은 아이 방, 문화생활이 적은 시골 생활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가족 영화관, 커가는 딸과 사랑하는 아내와 대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가족 카페, 원목으로 둘러싸인 긴 통로의 다락 공간은 직접 짓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우리 가족만의 공간이다.

혼자 집을 짓는 과정에서 생기는 시행착오는 시간과 돈에 직결된다. 하지만 매 과정을 손수 만들어 가기에 우리에게 딱 맞는 공간을 꾸밀 수 있고, 그때그때 변경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애초에 계획된 설계도보다 규모가 커지고, 공간이 복잡해졌지만 완공을 앞둔 지금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아내가 손수 고른 조명을 달고, 딸아이가 고른 색깔의 페인트로 공간의 옷을 입히는 과정은 이 집이 우리에게 단순한 거주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게 만든다.

제주의 우리 보금자리는 올레길 13코스에 접해 있어 올레 여행객들에게 시원한 물 한 잔 건넬 수 있다. 이곳이 제주에서 가족의 보금자리를 직접 지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차를 마시며 거리낌 없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 본다.

입주는 다음 달 1일. 정원 한쪽 구석에 딸아이가 꽃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작은 텃밭 한쪽에 아내가 우리 가족과 이웃과 나눌 채소를 심는 모습을 그려 본다. 드디어 제주에 우리 집이 생겼다.
 
필자는 서울,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여행 숙박 관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조현일
#제주도#올레길 13코스#조현일#제주에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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