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정기현]결코 피해서는 안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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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현 현대여성아동병원장
정기현 현대여성아동병원장
새 정부가 출발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제각각이겠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해 새로움과 희망을 말하는 것이 더 쉬워졌다는 사람이 많다. 많은 변화를 기대하지만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공약했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2011년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16년 말까지 총 20조656억 원의 누적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건강보험의 ‘보험료 대비 급여비 비율’은 2010년 101.3%에서 2015년 89.0%로 크게 낮아졌고, ‘보장률’ 또한 2009년 65%에 비해 63.2%로 감소한 상태다. 한편 가구의 지불능력 대비 10%를 넘는 보건의료비를 지출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가 20% 선으로 증가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본인부담상한제,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와 같은 고액 진료비 발생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 놓고 있긴 하다. 그러나 과중한 의료비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건강보험의 역할이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비 불안은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의존성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2015년 말 기준 3265만 명, 보험회사의 수입은 국민건강보험 한 해 수입의 약 10%에 해당하는 6조 원에 달하고 있다. 못 말리는 실손의료보험의 팽창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비급여 치료 행위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단순히 치료 행위, 재료 몇 개를 급여화하는 문제가 아니다. 불필요한 비급여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을 막고, 발생한 비급여는 급여권으로 신속하게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불필요한 비급여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질환에 따른 포괄적 수가 보전 방식을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 봄 직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의료기관의 고통 분담에 기대서는 안 된다. 의료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이 전제돼야 한다.

치료와 직접적 상관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부담이 큰 특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하여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의료비 안전장치인 본인부담상한제나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도 손을 봐야 한다. 현행 상한금액을 저소득층 중심으로 더욱 인하하고, 4대 중증질환에 국한된 재난적 의료비 지원도 대상 질환을 확대하여 비급여 개선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한 안전망을 촘촘히 구성해야 한다.

물론 이런 방안들을 실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어렵다고 피해 갈 일은 아니다. 건강보험의 보장범위에 무슨 치료를 넣으면 얼마나 더 든다는 계산은 일부분일 뿐이다. 한꺼번에 바꾸지 않아도 좋다. 꾸준한 논의를 통해 어떤 이유로 그만한 부담을 더하기로 하자는 사회적 동의와 공감대가 마련되고 그것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어 실천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정기현 현대여성아동병원장
#문재인#건강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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