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문대의 입학 조건은 까다롭다. 성적은 기본이고, 예술 스포츠 특별활동에 봉사활동 경험도 필요하다. 요즘 새 조건이 추가됐다. 소셜미디어에 부적절한 글과 사진을 남기지 말 것. 올가을 하버드대 입학 예정자 10명은 페이스북 비공개 채팅방에 음란 메시지를 올린 사실이 드러나 6월 입학이 취소되기도 했다.
▷6일 미 버지니아주 ‘애틀리’ 소프트볼팀 12∼14세 여자선수들도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모바일 메신저에 올린 사진 한 장 때문에 대회 탈락의 징계를 받은 것이다. 방문경기에서 텃세를 부린 홈팀을 이긴 뒤 동료끼리 들뜬 기분에 찍은 ‘손가락 욕’ 사진을 올린 게 화근이다. 주최 측은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며 중한 처벌을 내렸다. 어린 선수들이 별생각 없이 올린 사진으로 낙인찍혀 장차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높게 됐다. 미국에서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은 큰 욕이다. 사람을 가리킬 때도 가급적 손가락은 안 쓰는 게 좋다.
▷남의 나라 얘기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막말 성희롱 사이버폭력이 확산되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소셜미디어가 젊은 세대에게 지뢰밭이라고 했다. 구직자의 SNS 계정을 들여다보는 기업이 많아져 과거 부주의한 사용이 취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입국을 거부당한 경우도 있다. 2013년 독일의 여고생은 방학 알바를 위해 미국에 가면서 ‘친지 방문’으로 둘러댔다. 하지만 그의 페북을 검색한 출입국 담당자가 이 사실을 알고 추방했다. 소셜미디어는 나만의 일기장이 아니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현실 세계든, 디지털 세상이든 자기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은 남의 눈길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떳떳하기 위해서다. 대학과 중용에 ‘신독(愼獨)’이란 말이 나온다. 홀로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삼가라는 의미다. 퇴계 이황은 이를 자기 수행의 근본으로 삼았다. 소셜미디어에 빠진 이 땅의 젊은이들이 새겨야 할 자세가 바로 ‘신독’ 아닐까. 뒤늦은 후회로 땅을 치지 않으려면 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