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은 식물세계에서 유명한 전문가다. 식물학자들이 포도과의 담쟁이덩굴처럼 식물에 전문가를 의미하는 ‘쟁이’를 붙인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담쟁이덩굴의 전문 분야는 ‘담 타고 올라가기’다. 담쟁이덩굴이 식물학자들에 의해 전문가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전문가의 기본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기본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분야에 대한 집념이다. 담쟁이덩굴은 담을 한번 타기 시작하면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올라간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건물의 담쟁이덩굴은 30년 만에야 한쪽 벽면을 완전히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었다.
전문가의 또 다른 기본 조건은 연습과 실행 정신이다. 담쟁이덩굴은 벽면을 타고 올라가기 위해 수천, 수만 번의 연습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담쟁이덩굴은 벽면을 오르기 위해 우선 덩굴손이 변한 ‘붙음뿌리’를 벽면에 붙인다. 그러나 붙음뿌리를 붙인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비나 바람 혹은 사람 등 붙음뿌리를 방해하는 세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쟁이덩굴은 수많은 방해가 있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과감하게 다른 길을 찾는다. 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의 불굴의 의지는 마치 호랑이가 산에 오르는 것과 같다. 그래서 담쟁이덩굴을 ‘파산호(爬山虎)’라 부른다. 담타기 전문가가 만든 결실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아름다워서 담쟁이덩굴을 ‘땅의 비단’을 의미하는 지금(地錦)이라 부른다. 벽면을 완전히 덮은 담쟁이덩굴의 모습은 마치 푸른 비단처럼 빛난다. 담쟁이덩굴의 이러한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뻐서 벅찬 가슴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런데 아름다운 담쟁이덩굴의 큰 잎 속에서 봄에 핀 자잘한 황록색의 꽃과 꽃이 진 자리에 맺은 열매를 보면 감동의 눈물을 맛볼 것이다.
전문가는 쉼 없이 배워야 하고, 배운 것을 반복해서 익혀야 하고, 익힌 것을 과감하게 실천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후에야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공자의 제자들이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를 논어 첫 구절에 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는 결코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는다. 각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아주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많을수록 좋은 사회일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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