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큼’은 띄어야 할까, 붙여야 할까? 붙이는 ‘만큼’도 있고, 띄우는 ‘만큼’도 있다. 이 단어의 품사는 둘이기 때문이다. 품사는 단어들을 특성에 따라 구분해 놓은 것이다. 국어에는 50만 개 이상의 단어가 있지만 국어의 품사는 9개뿐이다. 그렇게 많은 단어를 고작 몇 개로 구분할 수 있으니 이득이 아닌가?
맞춤법을 위해 품사 자체를 외울 필요는 없다. 가끔 품사를 알아야 이해가 쉬운 문법들이 있다. 그럴 때 필요한 말들로 이해하면 된다. ‘만큼’의 띄어쓰기를 이해하는 데는 품사라는 말이 유용하다. 다시 돌아가 ‘만큼’의 품사는 두 개다. ‘의존명사’와 ‘조사’다. 국어의 띄어쓰기 원칙은 단어는 띄어 쓰고, 조사는 앞말에 붙여 적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의존명사 ‘만큼’은 띄어야 할 것이고 조사 ‘만큼’은 붙여 적어야 한다. 이 둘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맞춤법만큼은 제대로 하고 싶다.
앞말에 붙여 쓰는 조사 ‘만큼’의 예다. 조사 앞에는 어떤 품사가 오는가. 쉬운 문장으로 생각해 보자. ‘영희는 학교에 간다’라는 문장에서 조사는 ‘는, 에’다. 그 앞에 무엇이 왔는가. ‘나, 너, 영어, 국어, 문법, 노트, 컴퓨터’와 같은 명사류가 온다. 실제로 ‘나, 너’는 대명사이지만, 띄어쓰기에서는 명사처럼 행동하므로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좋다. 이런 명사류 뒤에 오는 ‘만큼’은 붙여 적으면 된다. ―영어를 국어만큼 잘하고 싶다.
단어는 원래 혼자 있지 않다. 문장 속 다른 말과의 관계에서 자격이 결정되기도 한다. ‘만큼’이 대표적인 예다. ‘만큼’의 띄어쓰기는 앞말에 어떤 것이 오는가에 달린 것이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있다.
이 단어를 띄어 쓰는 이유는 뭘까. 앞말인 ‘노력한’의 기본형을 잡아 보자. 이 ‘노력하다’는 동사다. 국어에서 기본형이 있는 것은 ‘동사, 형용사’다. 그리고 조사가 아닌 품사는 모두 띄어 적는다. 품사는 단어를 나눈 것이라 했다. ‘노력하다’는 동사이니 ‘만큼’과 띄어 적는 것이 당연하다. 여기서 ‘노력하-’에 붙은 ‘-ㄴ’을 보자. 우리는 이 ‘-ㄴ’을 언제 쓸까?
―노력한 사람, 노력하는 사람, 노력할 사람
‘노력하-’에 붙은 ‘-ㄴ, -는, -ㄹ’은 모두 뒤의 ‘사람’을 꾸미는 역할을 한다. 꾸미는 것과 ‘사람’ 사이를 띄우는 것은 우리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같은 위치에 ‘만큼’을 놓아 보자.
―노력한 만큼, 노력할 만큼, 노력하는 만큼
이처럼 ‘만큼’은 앞말의 품사가 ‘명사’인지 기본형을 잡을 수 있는 ‘동사, 형용사’인지를 확인하면 띄어쓰기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면 띄우는 ‘만큼’의 품사에는 왜 의존이 붙을까. 이 ‘만큼’은 꾸미는 말이 있어야 문장에 올 수 있다. 위 문장에서 ‘노력한, 노력할, 노력하는’이 없으면 ‘만큼’은 문장에 나타날 수 없다. 명사이긴 한데 꾸미는 요소에 기대어야만 하니 ‘의존명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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