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조현일]웃고 왔다 울고 가는 제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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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일
내가 사는 제주 서쪽은 연일 폭염이 지속되고, 서귀포에 비해 비도 적어 여름의 열기가 더 찌는 듯하다. 농사일이 생계인 동네 삼촌들의 한숨 소리는 하나둘씩 모여 큰 근심으로 쌓인다. 그럼에도 저녁이 되면 앞바다엔 갈치잡이, 한치잡이 배가 크고 작은 불빛을 만들며 낮과는 다른 풍경을 이룬다. 제주에 여행 온 사람들에게는 저녁의 풍경 속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거니는 밤 산책길이 제주에 대한 로망으로 연결될 수 있다. 나 또한 여행길에 들른 제주의 자연, 여유로운 생활, 뻥 뚫린 시원한 도로를 보고 이주를 결정했다.

최근 제주에 이주했다가 서울로 되돌아가는 형님 부부의 송별회가 있었다. 슬로 라이프를 꿈꾸며 제주 자연과 생활에 극찬을 보냈던 사람들이 1년 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속내를 다 나누지는 못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것이다.

제주에서는 몸 쓰는 일은 대우가 좋고, 머리 쓰는 일은 임금이 육지의 절반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시내에서 떨어진 읍면 단위에서는 도시에서 하던 경력을 이어갈 일거리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지역민과의 갈등도 제주를 떠나야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친족 사회와 괸당문화를 기본으로 한 제주는 이웃들과의 사이가 아주 돈독하다. 한평생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사이에서 도시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대문이 거의 없는 제주 시골은 이웃이 언제나 자연스럽게 드나들고, 그 집 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있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이주민은 이 관심이 부담스러울 수도,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방송에서 모 연예인의 소소한 제주 생활이 방영되면서, 요즘 제주 한 달 살기가 다시 유행이다. 제주로 한 달 전 이주한 부부가 우리 집에 들렀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제주로 이주했고, 부부가 직접 집을 짓고 싶다고 방문 이유를 말했다. 아직 그들에게 제주는 푸른 하늘, 푸른 바다의 풍경이 모든 것을 채워주는 시기일 것이다. 이 시간이 1년이 지나면 현실이 된다. 여행길에 눈에 담은 제주 모습만으로 이주를 결정하기에는 나중에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30대의 이 젊은 부부에게 집을 다 지은 후의 생활에 대해 물었다. 아직 확실한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자기가 살던 터전을 벗어나 새로운 곳, 새로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보금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이 꼭 필요하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이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제주 생활은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것처럼 여유롭고 느린 생활이 아니라, 도시만큼 숨 막히고, 각박한 생활이 될 것이다. 제주 이주를 원한다면, 이주해 2년 이상 생활을 하고 도시에서의 자신과 비슷한 일을 해서 경제를 해결했던 사람들의 생활을 보고, 듣고, 조언받기를 권유한다.

제주 생활 3년. 아직도 동네 삼촌들에게 난 언제 떠날지 모르는, 잠시 와 있는 육지 사람이다.
 
※필자는 서울, 인천에서 입시학원을 운영하다 2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여행 숙박 관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조현일
#제주 생활#제주 한 달 살기#육지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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