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의 신작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년)에서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아 성장하는 외계 생명체보다 더 관객을 공포로 몰아넣는 것은 인공지능(AI) 로봇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AI는 ‘창조’에 대해 고민하다 스스로 외계 생명체의 창조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이를 위해 인간을 희생시킨다.
▷AI가 가져올 어두운 미래를 다룬 영화는 한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터미네이터’(1984년) ‘매트릭스’(1999년) ‘아이, 로봇’(2004년) 등이 AI의 위협을 액션과 버무려 흥미롭게 표현했다면 ‘엑스 마키나’(2015년)는 AI의 부작용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한 작품이다. 당시에는 컴퓨터 또는 로봇으로 표현되기는 했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년)나 ‘웨스트월드’(1973년) 등을 보면 이미 50년 전부터 ‘AI의 반란’은 영화의 훌륭한 소재였다.
▷최근 페이스북의 AI 채팅봇들이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문법으로 자기들끼리 대화하다 강제 중단된 일이 있다. AI가 인간을 배제하고 소통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언젠가는 AI가 인간이 알지 못하는 언어로 대화하고 학습하며 스스로 진화할지도 모른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대표적인 ‘AI 낙관론자’로 꼽힌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일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2일 트위터에 “당신은 AI의 안전성에 관해 반드시 걱정해야만 한다. AI는 북한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글을 올렸다. ‘결국 기계가 이기게 될 것’이라는 포스터도 첨부했다. 이어 “대중에게 위험을 줄 수 있는 모든 것(자동차, 비행기, 음식, 약물 등)은 규제를 받는다. AI도 마찬가지다”라고도 했다.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의 경고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그는 지난달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AI는 수십억 명의 사람을 실직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고,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세상을 만들 수도 있다”며 AI가 소수의 인간에게만 권력을 줄 가능성도 제기했다. ‘AI 디스토피아’가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온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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