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트에서 계란을 빼거나, 오므라이스 대신 볶음밥이 학교 급식으로 제공되었다고 한다. 살충제 계란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커서 두고두고 이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먹을 게 많지 않던 시절의 계란은 애증의 대상이었을지언정 나쁜 식재료는 아니었다.
흔히 말하듯 계란은 고기보다는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인데, 1개에 약 6g이 들어 있어 돼지고기 100g의 단백질 함유량과 비슷하다. 이게 바로 계란이 사랑받는 중요한 이유다. 70억 인구가 연간 무려 1조4000억 개의 계란을 소비한다.(유엔식품농업사무국·2014년) 계란 대국들을 보면 중국이 약 4500억 개, 미국이 1000억 개, 인도가 750억 개를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에는 심각한 빈부격차가 있다. 당장 인도 인구가 12억6000만 명이니 생산한 계란을 모두 국내 소비에 쓴다고 할 때 1인당 연간 60개 미만이다. 1주일에 1개 정도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도 1인당 연간 100개 이하의 계란을 소비하고 있다. 계란 소비량은 국가의 부와 비례한다.
한국인이 1인당 연간 100개의 계란을 먹게 된 것이 1972년이라고 한다. 2000년에도 연간 184개였다. 같은 해에 미국인들은 1인당 251개의 계란을 먹고 있었다. 2015년만 놓고 보면 한국인이 268개, 미국인이 252개를 먹었다고 한다. 사실 미국인들은 2000년 이후 250개에서 270개 사이를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이것을 보면 가난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 살 만해질 때까지는 계란 소비량과 국가의 부가 비례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 비례관계는 깨지는 것 같다.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계란의 독보적 지위가 무너진다고 할 수도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계란 소비량의 절대치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한다.
음식에 관한 트렌드의 2가지 큰 방향은 건강과 쾌락으로 압축된다. 쾌락은 맛뿐만 아니라 먹는 행위와 과정이 즐거운 경험이 되는 것을 말한다. 건강은 요리, 식자재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성이 안전, 안심, 장수 등과 연결되는 것이다. 이 트렌드의 맥락에 비춰보면 앞으로 계란의 갈 길이 보인다. 생산에서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의 안전과 안심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장수에도 도움이 되는 식재료로 거듭나는 것이 첫 번째 길이다.
두 번째로는 계란 요리의 맛과 레시피가 더 다양해지고 풍부해지는 것이다.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계란 프라이나 찜, 삶은 계란이 각 가정의 기본 요리 패턴이라면 계란의 미래는 어둡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해야 계란이 다시 멋지게 우리 식탁 위로 돌아오고 덩달아 식생활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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