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동아일보/김정숙]먹거리 정책, 근본 고민이 필요하다

16일자 A1면 ‘괜찮다더니…살충제 계란 뒷북 전수조사’ 기사의 제목이 섬뜩했다.

살충제 계란도 놀랍지만 그걸 사용하라고 권한 사람이 수의사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수의사가 살충제의 위험을 모르고 권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농장 근로자가 진드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살충제를 썼다는 농장주의 변명도 군색하다. 농장주가 소비자에 대한 미안함이나 사과 없이 양계장 업주들에게 돌아갈 피해만을 걱정했다면 안 될 일이다. 또 친환경으로 진드기를 박멸할 방법이 있는데, 편리함과 경제적 이득 때문에 살충제를 사용했다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살충제 계란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14일자 A8면에 소개된 ‘밀집사육 벗어난 닭 황금알을 낳다’ 기사는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특집 시리즈인 ‘벤처농부 100만 시대를 열자’의 김영한 씨 부부의 이야기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충남 태안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김 씨는 항생제를 안 쓴 계란을 생산해 비싼 값에 판다. 주문이 밀리고 없어서 못 판다는 김 씨 농장의 비밀은 닭을 자연 상태에 가깝게 기른 덕분이다. 김 씨 농장의 기사를 보고 우리 농축산물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제 우리 먹거리는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이번 살충제 계란 사건을 계기로 먹거리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을 고민했으면 한다.

김 정 숙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