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유정물과 무정물의 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에’ vs ‘-에게’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나라에 충성, 부모에 효도!”

많이 들어 본 말이다. 화랑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의 계율 중 두 가지이다. 그런데 여기에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있다. 어디가 틀렸을까? ‘부모에’가 잘못된 부분이다. 언제나 그렇듯 어디가 틀렸다는 것보다 왜 틀렸는가가 더 중요하다. 원인을 분명히 알아야 관련된 다른 맞춤법으로 확대해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맞춤법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해당 단어를 포함한 문장들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했다. 자신이 떠올린 문장 안에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규칙이 들어 있으니까. ‘부모에’가 들어가는 문장을 생각해 보자.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면 인터넷에서 ‘부모에’를 검색해도 좋다. 인터넷 검색 결과는 우리가 이 말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가를 보여주는 일이 많다. 검색할 때 주의할 점은 ‘부모에’ 뒤에 띄어쓰기를 넣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부모에게, 부모에도, 부모에서’ 등 다양한 예들을 검색할 수 있다. ‘부모’라는 단어가 어떤 조사와 어울리는가를 알기 위한 열린 검색 방법이다.

검색 결과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부모에게’다. ‘부모’에 ‘에게’가 연결되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그리고 그 빈도수가 말하는 바대로 우리가 ‘부모’를 대상으로 무엇을 드릴 때는 ‘에게’를 쓰는 것이 맞다. ‘나라에 충성, 부모에 효도(×)’는 ‘나라에 충성, 부모에게 효도(○)’라고 써야 올바른 표기인 것이다. 국어의 ‘-에’는 ‘-에게’와 짝을 이루면서 엄격하게 구별되어 쓰이는 것이다. 예문을 보자.

―화분에 물을 자주 준다.
―강아지에게 물을 자주 준다.
―자기 일에 열정을 쏟는다.
―자기 자식에게 사랑을 준다.


이 문장들에서 ‘-에’는 감정이 없는 대상 뒤에만 쓰인다. 감정이 없다는 의미를 한자어로 말하면 ‘무정물’이다. 그 반대말은 ‘유정물’이다. 앞에 유정물이 오는 경우에는 ‘-에게’를 쓴다. 앞서 검색 결과에서 우리가 보았던 ‘부모에게’는 ‘부모’가 유정물이기 때문에 ‘에게’를 쓴 예들이다. 무정물 뒤에 ‘에게’를 쓰거나 유정물 뒤에 ‘에’를 쓰면 잘못된 문장이 되는 것이다. 역시 예를 보자.

―화분에게 물을 자주 준다.(×)
―강아지에 물을 자주 준다.(×)
―자기 일에게 열정을 쏟는다.(×)
―자기 자식에 사랑을 준다.(×)


무정물인 화분이나 일에 유정물에 붙는 조사인 ‘에게’가 쓰였다. 또 유정물인 ‘강아지’나 ‘자식’이란 단어에 무정물에 붙는 ‘에’가 쓰였다. 모두 잘못된 문장들이다. ‘에게’와 ‘에’를 수정해야 올바른 문장이 된다. 앞으로 아래와 같은 문장들을 쓸 때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 당국에게 책임을 물었다.(×) → 정부 당국에 책임을 물었다.(○)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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