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주성원]구글·페북의 종이 신문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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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1세기 고대 로마 정부는 ‘악타디우르나’라는 게시판에 공직 인사, 재판 결과 등을 공표했다. 이를 필사해 로마 주요 지역으로 보낸 것을 신문의 기원으로 본다. 근대적 종이 신문은 1605년 신성로마제국 스트라스부르에서 요한 카롤루스가 제국 각지 소식을 인쇄해 주간지로 배포한 데서 비롯됐다. 최초의 일간지는 1660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창간한 ‘라이프치거 차이퉁’이다. 이후 종이 신문은 매일 ‘그날의 뉴스’를 책임져 왔다.

▷300년 넘게 종이 신문이 지녔던 뉴스 배급 주도권은 1990년대 들어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때문이다. 신문사가 뉴스를 생산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소비는 지면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주로 이뤄지게 됐다. 최근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까지 가세했다. 미국 온라인 광고 시장의 양강(兩强)은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830억 달러(약 94조6000억 원)로 추정되는 이 시장에서 두 회사의 점유율은 60%에 이른다.

▷한국에선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뉴스의 길목을 장악해 광고 수입을 끌어모으고 있다. 인터넷 뉴스 이용자의 55.4%는 네이버, 22.4%는 다음에서 뉴스를 본다. 뉴스 서비스로 네이버와 다음이 얻는 수익은 연간 3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장인(匠人)이 애써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돈은 상인(商人)이 버는 구조다. 온라인에 기생하며 가짜 뉴스, 협박 보도를 남발하는 함량 미달 언론사도 생겼다. 뉴스 콘텐츠가 공짜라는 그릇된 인식도 자리 잡았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광고 시장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는 언론사를 지원하기 위해 광범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최근 미국 언론사들이 구글과 페이스북에 공정한 수익 배분을 요구한 것과 무관하지 않겠지만, 그보다는 사업에 대한 근본적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언론 매체가 어려워져 공급받는 콘텐츠 질이 떨어지면 이용자 수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검증되지 않은 뉴스 공급자를 마구잡이로 끌어들여 스스로 질을 낮춘 한국의 포털 사업자들이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주성원 논설위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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