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각자가 주인공인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가 공공연히 억압받던 과거에는 ‘나’를 드러내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반면 개인화 성향이 강해지고, 개인의 자존감이 높아진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이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데 꺼리지 않고, 개인의 의견과 주장도 스스럼없이 표현한다.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 10명 중 6명 이상(63.9%)이 자기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68%)과 20대(77%)가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사는 데 더욱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좋아하는 대상에 돈을 쓰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고(62.5%), 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싶다(50.1%)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당연히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10명 중 8명(79.6%)이 평소 ‘나’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응답했는데, 역시 20대(87%)가 가장 높았다. 자신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49.7%·중복 응답)이었지만, 외모(30.5%) 성격(27.4%) 재력(25.6%) 가치관(24.7%) 직장생활(21.8%) 친구관계(20.7%) 등 다양한 관심과 고민들도 뒤따랐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강해진 것은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동시에 타인에 대한 관심 부족과 공동체 의식의 약화라는 문제점도 낳고 있었다. 우선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했다. 평소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2013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2013년 65.1%→2017년 58.6%)을 확인할 수 있다.
타인보다 더 넓은 의미인 공동체에 대한 의식은 더욱 약화된 모습이었다. 10명 중 3명(31.4%)만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더불어서 함께 살아간다는 느낌을 가지며 살고 있다고 응답했을 뿐이다. 2012년과 비교해 보면(2012년 52.6%→2017년 31.4%) 한국 사회의 공동체 의식이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친밀감(40.8%) 및 일체감(26.3%)을 느끼는 사람도 적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하면 마치 내가 잘한 것처럼 기쁘고(2012년 74.8%→2017년 56.2%), 잘못은 마치 내 책임인 것처럼 느껴진다(2012년 43.6%→2017년 35.6%)는 태도도 훨씬 약해졌다. 공동체에 대한 특별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친밀감과 일체감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 사회의 현재 모습이다.
물론 개인의 자아가 강해지고, 스스로에게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과도한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것만큼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상이 오직 ‘나’를 중심으로만 돌아간다는 생각은 필연적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부족으로 이어지며, 공동체의 결속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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