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첫 대학 출판부는 1949년 11월에 출발한 이화여대 출판부(현 이화여대 출판문화원)다. 첫 출판물은 1950년 4월에 펴낸 ‘이화(梨花)’ 제9호였다. 1938년에 8호로 중단되었던 교지다. 이후 학보와 교내용 비매품 도서 등을 펴내다가 1954년 시인이자 국문과 교수 김동명의 시집 ‘진주만’을 펴내면서 본격적으로 단행본 출판을 시작했다. 김동명은 이 시집으로 이듬해 제2회 아시아자유문학상을 수상했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에 연희전문학교(연세대의 전신) 출판부가 설립되었다.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가 설립을 이끌고 초대 출판부장을 맡았다. 첫 책은 같은 해 4월에 나온 최현배의 ‘우리말본 첫재매’였다. 소리갈(음성학)을 다룬 ‘첫재매’에 씨갈(품사론)과 월갈(문장론)을 더하여 1937년 2월에 역시 연희전문학교 출판부에서 ‘우리말본’이 나왔다. 외솔은 출근할 때마다 아내에게 “집에 불이 나면 이 원고부터 옮겨라” 당부했고 원고를 독에 넣어 마당에 묻어놓기까지 했다.
서울대 출판부(현 서울대 출판문화원)는 1961년 교내 인쇄소로 출발해 1975년부터 출판 부문을 겸하였다. 대학에 인쇄소를 둘 수 있었던 것은 미국 미네소타대와 국제협조처(ICA) 등이 서울대 재건 계획과 원조에 나선 덕분이었다. 서울대 출판부는 1998년까지도 일부 출판물을 활판인쇄로 간행하였다. 그해 5월 말에 우리말과 7개 외국어 4만2000여 종, 특수기호 3000여 종 등 활자 수십만 개가 출판부에서 공업용 제련소로 옮겨지면서 우리나라의 활판인쇄 시대가 막을 내렸다.
세계로 시야를 넓혀 보면 케임브리지대 출판부는 1534년 국왕 헨리 8세가 특허장을 내리면서 시작되었다. 특허장에는 “나의 영토 모든 곳에 학문과 지식을 전파하라”는 명령이 들어 있었다. 세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출판사로 일컬어지며, 옥스퍼드대 출판부와 함께 영국 왕실문헌 공식 인쇄처이기도 하다. 존 밀턴, 윌리엄 하비, 아이작 뉴턴, 버트런드 러셀, 스티븐 호킹 등 근현대 문학·철학·과학 분야 저명 저자들의 책을 많이 펴냈다.
학문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지만 상업성이 없어 펴내기 어려운 책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 출판부들이 그런 책들을 꾸준히 펴내며 묵묵히 기여해 왔다. 대학 출판부라고 하면 학술도서와 대학 강의 교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목록을 살피면 일반 독자가 읽을 만한 좋은 책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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