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동아일보/제해치]인기 있는 일만 하는 정부 총체적 난맥상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일 03시 00분


8월 30일자 A1면은 새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과 그로 인한 우리의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현대자동차 중국 공장 4곳이 멈추고, 이를 비웃듯 북한은 평양 한복판에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 예산의 3분의 1을 복지에 쏟아붓는 429조 원의 역대 최대 슈퍼예산을 편성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호의적 대화 의지엔 아랑곳 않고 군사적 긴장만 고조시키고 있다. 정부는 사드 배치에 오락가락하고, 중국의 보복으로 현대차 등 기업들이 국제정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이렇게 기업들의 경영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총예산을 역대 최고액인 429조 원으로 7.1%나 늘렸다. 특히 복지 예산은 13%를 늘려 전체 예산의 3분의 1이 넘는다고 한다. 현대차 생산 중단 사태나 최악의 청년 실업난 속에 정부 예산 증가가 나중에 세금폭탄 등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까 걱정이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공공일자리 확대’ ‘복지 확충’ ‘최저임금 인상’ 등 ‘가장 하기 쉽고 인기 있는 일’들만 골라서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세금으로 나눠주는 일이야 누군들 못할까.

한반도 군사 긴장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한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선언적 말들만 쏟아낼 뿐, 난국을 타개할 어떤 핵심적인 역할이나 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으나, 미안하게도 정부가 말하는 희망의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지금의 총체적 난국이 ‘새벽이 오기 위한 어둠’이길 바랄 뿐이다.
 
제해치 부산 금정구
#인기 있는 일만 하는 정부#문재인 대통령 군사적 긴장 고조#정부 사드배치 대응#현대차 생산 중단 사태#세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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