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조 시인이 퍽 오래전에 이 작품을 썼다. 시는 쓸쓸하고 묵직하며 공허하다. ‘뎅그렁 뎅그렁’ 울리는 풍경 소리 때문만은 아니다. 그 풍경 소리를 쓸쓸하고 묵직하며 공허하게 듣는 이유는 ‘고독’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시는 ‘고독의 시’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은 고독할 준비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바람이 어느새 추워졌다고 느낀다면 당신의 몸은 이미 고독할 준비가 된 것이다. 정신없이 걷다가 문득 멈춰서 가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본다면, 당신의 마음도 이미 고독할 준비가 된 것이다. 원래 가을은 고독함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이 사실도 쉽게 잊고 산다. 가을도 잊고, 고독도 잊고, 심지어 나 자신마저 잊고 산다. 그런 우리들은 씁쓸하게 고독할 필요가 있다.
고독과 외로움은 다르다. 외로움은 상실감이나 헐벗은 고통에 가깝다. 그것은 빨리 벗어나고 싶은 감정이다. 그러나 고독은 괴로우면서도 필요한 것이다. 달콤하지 않지만 즐길 만하고, 열심히 훈련하거나 일부러 시도할 가치가 있다. 고독이란 내가 오로지 나 자신과 대면해서 조용하고 깊게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색의 시간은 회복과 청소의 시간이다. 우리 마음에 껴 있던 혼돈, 켜켜이 쌓인 잡스러움을 걷어낼 계기가 되어 준다. 고독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가치와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이 될 수 있다.
휴대전화를 끄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 보자. 한 인터넷 창에서 무수히 많은 다른 인터넷 창으로 나아가지 말고 모든 것을 닫아 보자. 눈으로 다른 것을 보지 말고 나 자신만 바라보자. 그렇게 앉아 이 시의 풍경 소리를 상상하면 맑아지고 가벼워질 것이다. 당신은 지금 막, 고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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