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의 호모부커스]<74>작가의 일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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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훈 출판평론가
표정훈 출판평론가
오전 8시에 눈을 떠 가볍게 목욕을 한 뒤 아침을 먹는다. 넥타이까지 단정하게 맨 정장 차림으로 정각 9시에 서재로 들어가 점심때까지 3시간 동안 집필에 몰두한다. 스무 살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60년 동안 이러한 일과를 반복했다. 자신의 집필 작업을 ‘외로운 정신적 유희’라 말한 독일 작가 토마스 만 이야기다. 역시 작가인 그의 형 하인리히 만이 동생을 가리켜 말했다. “몰두하는 시간이 없으면 천재가 될 수 없지.”

7시에 일어나 8시에 아침을 먹고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아주 잠깐의 점심 식사 시간 외에는 꼼짝 않고 서재에서 글을 쓴다. 적어도 하루 2000단어 이상, 많으면 4000단어까지 썼지만 좀처럼 글 진도가 나가지 않는 날도 없지 않았다. 심지어 한 글자도 못 쓰는 날마저 있었지만, 그런 날에도 위와 같은 일과만큼은 정확하게 지켰다.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다.

새벽 4시에 일어나 6시간 가까이 글을 쓴다. 오후에는 10km를 뛰고 1500m를 수영한 뒤 책을 읽고 음악을 듣다가 오후 9시쯤 잠자리에 든다. 이런 일과를 매일 반복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말한다. “반복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반복적인 생활을 지속하려면 많은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하다. 긴 소설을 쓰는 것은 생존 훈련을 하는 것과 같다. 강인한 체력은 예술적 감수성만큼이나 중요하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8시까지 집필에 전념한 뒤 간단히 아침을 먹고 10시까지 다시 글을 쓴다. 산책과 수영을 하고 11시 45분에 귀가한 뒤 점심을 먹고 오후 내내 학교에서 강의한다. 저녁을 먹고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한 뒤 10시에 잠자리에 든다. 그러는 틈틈이 수시로 푸시업과 윗몸일으키기를 한다. 새벽부터 오전까지 집필하고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루키와 비슷했던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이다.

일과(日課)는 날마다 규칙적으로 하는 일정한 일을 뜻한다. 뛰어난 작가들 대부분은 집필 작업을 중심으로 짜인 일과를 거르지 않고 오랜 세월 반복했다. “기분에 좌우되지 말고 계획에 따라 작업하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그만 써라. 언제나 제일 먼저 할 일은 글을 쓰는 일이다. 그림 그리고 음악을 듣고 친구 만나고 영화를 보는 등 다른 모든 일들은 그 다음에 하라.” ‘북회귀선’ ‘남회귀선’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헨리 밀러의 조언이다. 작가가 아닌 사람들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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