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처음 열린 어제 증시에서 코스피가 1.19% 급락하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2원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1.74% 올랐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는 14% 넘게 상승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긴급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북한 문제가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이 단기에 그치지 않고 실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이상 징후 발생 시’ 신속하고 단호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 불안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선 안 될 일이다. 북의 핵·미사일 도발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지만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을 터뜨린 이번 핵실험은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는 북한발(發) 위기가 주가 하락, 외국인 자금이탈, 원화 가치 하락 등의 단기 악재로 작용하다 회복되곤 했다. 하지만 6차 핵실험으로 미국의 대응수위가 이전과 달라지면 외국인 투자 감소, 신용등급 하락 등 악영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달 말 방한한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경제 상황을 두루 확인했다지만 정작 주목한 것은 북한 리스크와 한국 정부의 대응 태세였다. 국제사회가 당장은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우호적으로 평가해도 언제 태도를 바꿀지 모른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3837억 달러나 된다고 해도 돌발사태가 발생하면 단기외채 비중이 상승하는 점을 들어 국가부도 위기를 강조할 수도 있다. 정부가 금융시장과 외환시장별로 안정화 정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유지하도록 하는 한편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것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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