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출장을 마치고 오후 10시 반쯤 김포공항에 도착한 적이 있다. 본래는 공항 리무진 버스로 집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버스 정류소에 와보니 막차 하나만 남았고, 그마저도 인천공항에서 손님을 가득 태우고 출발해 빈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막막해하던 차에 마침 한 남자가 다가와 자기 택시를 타라고 제안했다. 바로 호객 행위 택시 기사였다.
여러 나라에서 오래 살아본 내 경험으로는 누군가가 길거리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안할 경우 그다지 물건이나 서비스가 좋지 않았다. 대개는 상품에 하자가 있거나, 서비스가 불법이거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거나, 혹은 판매자가 정상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택시의 경우도 어느 나라든 간에 택시 기사가 나의 목적지를 묻고 그곳에 데려다주겠다고 하면 항상 실제 요금보다 높은 가격을 받았다. 서울만 그런 것은 아니다. 베이징, 상하이, 마닐라, 암스테르담에서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나는 그 호객 행위 택시 기사에게 “됐다”고 말하고 대신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서울역에 도착해서 모범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일반적으로 모범택시가 호객 행위 택시보다 훨씬 믿음직스럽다. 게다가 호객 행위 택시가 요구하는 요금보다 적게 나올 때도 있다. 여기에 모범택시는 기사분들이 더 멋지고 깨끗하게 차려입었다. 서울역을 거쳐 집에 갔기 때문에 시간은 조금 더 걸렸지만 나는 이런 나의 선택에 매우 만족했다. 왜냐면 나는 호객 행위를 결단코 찬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기회에 서울의 일반 택시 기사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작년 서울의 택시 수는 7만2000대였고 대부분은 개인택시, 회사택시 등 일반 택시다. 택시 한 대에 한 명 또는 두세 명이 교대로 운전한다. 그런데 택시 기사들의 근무시간이 매우 길다. 12시간 이상으로 말이다. 동시에 승객의 언어폭력, 취객들의 추태 등을 견뎌야 한다. 이에 반해 월급은 매우 낮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150만∼200만 원 정도밖에 못 번다고 한다. 사무직과는 달리 택시 기사들은 나이나 경력에 따른 월급 인상이 없다.
택시 운전은 힘든 일이고 서울에서 택시 기사로 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게다가 너무 많은 택시 기사들이 일반적인 정년 이후까지 일하고 있다. 심지어는 본래 근무했던 직업에서 정년퇴직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택시 운전을 하는 경우도 많다.
서울에서 택시 타기는 여간 쉬운 게 아니다. 택시가 충분히 많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요금이 엄청 싸다.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택시 요금은 서울보다 3, 4배가 더 비싸다. 지난주 출장 갔던 일본 도쿄의 택시 요금은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택시 기사들이 제대로 된 월급을 받기 위해 택시 요금이 조금 더 인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금이 오르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부담되는 일이지만 말이다. 호객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지만 낮은 요금이 이런 현상을 만드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제대로 된 요금을 받지 않고 승객에게 부당한 요금을 요구하는 호객 행위는 자신의 동료들을 해하는 짓이다. 택시 전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최근 탔던 한 모범택시 기사는 기사들 사이에서 호객 행위 기사를 ‘삐끼’라고 부른다고 한다. 삐끼는 일본말에서 온 말로, 보통은 나이트클럽 앞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자들을 말한다. 왠지 이 ‘삐끼’라는 말이 호객 행위 택시 기사에게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삐끼 기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승객들에게 접근하지 말 것 △규칙대로, 다른 택시 기사들처럼 차례대로 승객을 기다릴 것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택시 요금 인상에 힘쓸 것 등이다. 서울, 인천 그리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 전에 호객 행위 택시를 근절시켜 달라는 것이다. 호객 행위 택시가 얼마나 한국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드는지 실감을 못하는 것 같다.
한국 정부에는 택시 요금을 조금 더 올려서 택시 기사들이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차라리 모범택시를 탈지언정 삐끼 택시는 절대로 타지 마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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