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4일(현지 시간)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김정은이 전쟁을 애걸하고(begging) 있다”며 “미국은 결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우리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헤일리 대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 대가로 한미의 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해온 중국의 쌍중단(雙中斷) 해법을 겨냥해 “이른바 ‘동결 대 동결(freeze for freeze)’은 모욕적”이라며 중국을 면전에서 성토했다.
이에 류제이 중국 대사는 “중국은 한반도의 혼란과 전쟁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 맞섰고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대사도 “군사해법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했다. 유엔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대사가 ‘전쟁’을 거론하며 맞선 것이다.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북한이 정권 안정을 보장하는 대가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중국의 쌍중단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북핵 대응을 둘러싸고 ‘한미일 대 북중러,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다시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러시아는 중국에 이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을 흔드는 주요 변수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연간 100만 t, 러시아로부터도 연간 30만 t 안팎의 원유를 도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집단은 3만∼5만 명에 달하는 북한 노동자로부터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돈을 거둬들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북-러 관계는 북-중-러 삼각 연대에서 혈맹인 북-중 관계보다는 약한 고리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푸틴의 숙원사업인 극동지역 개발과 한-러 경협 등을 지렛대로 북-러의 고리를 약화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청와대는 어제 “한미 정상이 첨단무기와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협의를 진행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사일 탄두 중량제한 철폐에 이어 F-35A스텔스전투기와 패트리엇(PAC-3)요격미사일 같은 첨단무기 도입 시기가 앞당겨지면 기울어진 남북 간 힘의 균형을 바로잡는 데 기여할 것이다. 특히 ‘안보=돈’으로 보는 트럼프에게 대량 무기 구매의 선물을 안겨준다면 한미동맹의 균열을 메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로 북핵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시간도 별로 없다. 화급한 일은 중국을 움직여 북한 생명줄인 송유관을 잠그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격노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원유 공급 중단이나 무역 단절 등 추가 제재 방안에 대해 어떤 진전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체제를 군사동맹에 버금가도록 발전시키고 북-중-러 삼각 연대에서 러시아를 이탈시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끝까지 비호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고민하게 만들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도 ‘깡패국가’ 수준을 넘어 전 세계를 상대로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김정은 정권을 감싸는 것이 세계 평화에 책임이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걸맞은 행동인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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