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사람들은 이곳을 해망대산(海望臺山)이라 부른다. 인천역 바로 옆, 인천항과 월미도가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 인천 중구 항동의 해망대산은 예로부터 인천의 요지였다. 이름도 예쁜 이곳에 오래된 호텔이 있다. 올림포스호텔. 1965년 세워진 인천 최초의 관광호텔이다. 호텔 외관은 우직한 듯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이다. 바닷가와 잘 어울린다. 1965년 당시로서는 깔끔하고 모던한 디자인이었다.
호텔 1층 엘리베이터 앞엔 ‘인천시 1호 승강기’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인천 최초의 엘리베이터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나 무척이나 흥미롭다. 50년 넘은 이 엘리베이터는 지금도 사람들을 잘 실어 나른다.
이 호텔을 세운 사람은 사업가 유화열이었다. 그는 호텔을 개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락원을 만났다. 이들은 의기투합해 호텔 카지노를 개설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부로부터 허가를 따내 1967년 8월 호텔에 카지노를 개설했다. 국내 최초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였다. 서울의 워커힐호텔보다 1년 빨랐다.
1960년대 카지노가 낯설던 시절, 국내에 훈련받은 카지노 인력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올림포스호텔은 필리핀 여성 딜러들을 스카우트했다. 하지만 몇 년 지나 1970년대 초엔 말레이시아의 한 카지노를 위탁 경영하면서 카지노 인력을 수출했다. 카지노 개설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지원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호텔을 종종 방문했고 1972년엔 기념식수를 하기도 했다. 이 나무는 지금도 호텔 앞마당에서 잘 자라고 있다.
카지노를 운영하던 파라다이스그룹은 2000년 아예 호텔을 인수했다. 그러곤 호텔 이름을 올림포스에서 파라다이스인천으로 바꾸었다. 파라다이스그룹은 2005년 이곳에서의 카지노 영업을 중단하고 인천국제공항 근처 그랜드하얏트호텔로 영업장을 옮겼다. 카지노 영업장이었던 다이아몬드홀은 현재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카지노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 호텔은 2015년 문을 닫는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행히 호텔은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고 올 4월엔 올림포스라는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카지노에 대한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올림포스호텔에 무언가 표석이라도 세워 카지노의 역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천 첫 엘리베이터, 국내 첫 카지노. 이것은 모두 올림포스호텔의 소중한 흔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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