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으로 볼 때 북한보다 40배의 국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반복되는 북한의 핵 공격 위협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한 핵 폭탄이 용산 상공에서 터지면’ 등의 자극적인 가상 시나리오가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이제 더 이상 지난날의 대응 방식으로는 북핵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1992년 정부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하며 한국 내의 미국 전술핵을 철수시켰다. 1994년 국방백서에 ‘북한은 핵보유국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의 군사적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서술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간 군사문제는 남북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명시했다.
이러한 기본 입장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정부의 북한 핵 개발 억제정책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 결과 북한으로 하여금 1990년대 영변의 핵재처리시설 건설부터 오늘날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었다. 더욱이 이 기간 동안 북한 핵 문제는 남북한 군사력의 균형을 깨는 군사적 위협임에도 우리 군은 핵전략의 기본 이론인 상호확증파괴(MAD·쌍방이 핵 보유 시 핵전쟁을 억제한다는 이론)를 두고, 핵전력 개발을 시도하는 것은 고사하고 검토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격년제로 발간된 국방백서에는 한결같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고 명시하는 등 수사적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다. 필자도 책임을 면할 순 없다.
핵 공격 수단을 갖춘 북한으로부터 어떻게 국가를 보위할 것인가에 대한 군사전략은 작전을 직접 수행할 군사 전문가들이 검토해야 한다. 금번 6차 핵실험 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4성 장군 출신 군 수뇌부를 대거 참석시켜 각종 군사방안을 논의하였다. 우리나라도 NSC에 국방장관을 포함한 군 출신 전문가를 적극 참여시켜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여야 한다.
지금 정부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가안보 정책은 군사 분야보다는 외교·정책 분야 일변도로 고착되어 있다. NSC에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정책적 접근과 더불어 실패 시 군사적 대응방안이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미국과 핵무기를 공유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전술핵 배치 문제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현재의 한반도 안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정부는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전쟁, 그것도 핵전쟁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북한이 핵전쟁을 도발하지 못하도록 우리도 핵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이미 한반도 비핵화는 무력화되었는데도 정부와 미국이 이를 반대 논리로 주장하고 있음은 설득력이 없다.
남북한 200만 명에 가까운 병력이 휴전선과 북방한계선(NLL)을 두고 대치하고 있는 오늘의 한반도 군사정세는 국지전을 비롯하여 전면전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1999년 6월 서해 1차 연평해전이나,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등은 상황에 따라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었다. 이렇듯 전쟁은 예고 없이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은 체제불안, 경제난, 국제적 고립의 3중고를 딛고 오늘날 핵보유국 지위에까지 올라서려 하고 있다. 우리가 이와 맞설 수 있는 정책은 오로지 핵은 핵으로 막아야 된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국민은 북한이 미국을 포함한 유엔의 제재를 받으며 오늘에 이른 고통 이상의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비장한 결의를 다져야 한다.
대화 또는 협상은 상대와 힘의 균형을 갖췄을 때 가능하다.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전술핵을 확보하고 대등한 조건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국가안보는 여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우리 대한민국재향군인회 1000만 회원은 오늘의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국민 안보의식 강화운동을 통해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동력을 실어 주고 정부와 국민이 일체감을 갖고 강력한 총력안보 체제를 구축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더 이상 북한 김정은의 무모한 전쟁 위협을 좌시해선 안 된다. 공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선택을 우리 국민 모두가 결연한 각오로 지지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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