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내심 한계 이른 국제사회, 對北제재 동참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9일 00시 00분


국제사회가 한반도를 주시하는 가운데 북한의 정권 수립 기념일(9·9절)을 맞았다. 북한은 지난해 오늘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기념일을 핵·미사일 도발의 명분으로 삼는 북한 정권이어서 추가 도발 가능성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한국이 그런 상황을 혼자 직면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동맹 의지를 재확인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행동으로 가게 되면 북한에 아주 슬픈 날이 될 것”이라며 북에 재차 경고장을 날렸다.

벌써 국제사회는 유례없이 발 빠르게 대북제재에 나섰다. 북한이 사거리 1만 km를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성공했다고 선전하면서 사정권에 포함된 유럽과 동남아 국가들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의식을 갖게 됐을 것이다. 유엔에서는 초강력 제재 결의안이 추진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독자적 대북제재를 논의했다. 지난 8차례의 유엔 대북 결의가 번번이 추가 도발을 막지 못했지만 더 늦기 전에 김정은의 핵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엄중한 분위기다.

특히 멕시코 정부의 북한대사 추방 명령은 예사롭지 않다. 멕시코 외교부는 어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이유로 김형길 북한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해 사흘 안에 멕시코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대사 추방은 국교단절 직전 수준의 조치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인 멕시코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이 작용했을 수 있다. 앞으로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EU 회원국 등 다른 국가들도 북한 외교관 추방 같은 비슷한 조치로 전방위적 대북 압박에 동참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국이 제출한 유엔 대북제재 초안에는 5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정은의 해외자산 동결까지 규정되어 있다. 중국 러시아 홍콩 등에 금과 현금 형태로 관리되는 김정은의 비자금 계좌를 묶으면 2005년 미국이 단행한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처럼 북한 정권에 ‘피가 마르는 고통’을 줄 것이다. 중국도 대북 원유공급 전면 차단에는 반대하지만 단계적 중단에는 동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이 ‘새로운 정세 변화’를 들어 “필요한 조치에 찬성한다”고 밝힌 대목이 주목되는 이유다.

세계를 상대로 정면 도전할 태세인 북한 김정은은 지금 국제사회가 ‘인내심 제로’임을 알아야 한다.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며 우리 정부에 ‘분별 있게 처신할 것’을 요구한 북한이야말로 분별 있게 처신하기 바란다. 고립무원 상태인 북한 정권이 추가 도발을 감행한다면 북한을 기다리는 것은 당장의 파국(破局)이냐, 머지않은 고사(枯死)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국제사회#북한제재#대북 제재#북한 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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