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 오후(현지 시간)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응징하는 신규 대북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물밑 협상을 통해 마련한 최종안은 미국의 초안보다 후퇴했지만 북한 전체 유류 수입의 30%가 이번 제재로 줄어들게 된다. 북한에 대한 모든 석유 정제품의 공급과 수출을 합쳐 연간 200만 배럴(약 24만∼30만 t)로 제한하기로 했다. 초안의 핵심인 대북 원유 공급 문제는 현 수준인 50만 t에서 동결하는 데 그쳤다.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대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제재 대상에서 빠졌다.
그나마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를 유엔이 사상 처음으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2016년 3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북한의 항공유 판매와 공급을 금지하는 대북제재 결의는 있었지만 북한의 국방과 경제에 직결되는 원유를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처음이다. 일단 현 수준에서 묶어 놓았지만 석탄 금수(禁輸) 조치처럼 앞으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따라 단계적으로 제재 수위도 올리는 카드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
연간 100만 t 이상의 석유를 소비하는 북한에 중국은 연 50만 t의 원유와 함께 휘발유 등 정제유 형태로 20만 t을, 러시아는 정제유 4만 t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이 압록강 밑의 송유관 밸브만 잠근다면 북한이 3개월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엔은 원유 50만 t에 대해선 이번에 손도 못 댔다. 게다가 중국은 2014년 이후 원유 수출량을 공개하지 않아 북한에 실제로 얼마나 원유를 대주는지 알 길이 없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유엔 결의를 어겨도 검증할 수단이 없다는 것은 문제다. 이번 기회에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지원을 투명하게 감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싱가포르 등 제3국을 활용해 우회적으로 연 20만∼30만 t의 연료유를 수입하는 것만이라도 확실히 막아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제재 대상에서 빠진 것은 제재의 실효성을 떠나 아쉽다. 꽁꽁 숨겨둔 김정은의 해외 재산을 찾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가 제재 대상이 되면 심리적 압박 효과가 컸을 것이다. 북한의 돈줄인 40개국의 해외 노동자도 초안에선 전면 금지였지만 최종안에선 신규 고용 때 안보리 허가를 받는 것으로 제재가 약해졌다. 연간 수출액이 8500억 원으로 북한의 수출품 2위인 섬유에 대한 수출 금지가 제대로 이행되도록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 북한 외무성은 어제 미국을 향해 “사상 유례없는 곤욕을 치르게 만들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만큼 압박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는 부족하나마 이번 제재라도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외교 총력전을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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