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추석연휴 보장 위해 불가피 vs 배운 내용 적어 평가 어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추석前 중고교 중간고사 논란

취재는 ‘설마’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일주일 전 매일 동네 도서관을 찾는다는 한 독자가 ‘개학한 지 2주밖에 안 됐는데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도서관이 붐빈다. 교사와 학생들이 추석 연휴를 편히 즐기려는 꼼수라고 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내 왔다.

실제 취재를 해 보니 서울시내 중고교가 2학기 중간고사를 예년과 달리 10월 초가 아닌 9월 중·하순으로 앞당겨 치르고 있었다. 올해 추석이 공휴일과 맞물려 최대 10일간의 ‘황금연휴’인 점과 무관치 않았다.

서울시내 387개 중학교의 97.7%(2학년 기준, 1학년은 자유학기제 실시로 무시험), 319개 고등학교의 59.6%(1학년 기준)가 올해 2학기 중간고사를 추석 이전에 치른다. 지난해 10월 이전에 중간고사를 본 학교는 같은 기준으로 중학교 84%, 고등학교 17.7%였다. 지난해나 올해나 2학기 개학일은 8월 14∼16일로 달라지지 않았으니 올해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업 일수를 채우고 중간고사를 보게 된다.

추석 연휴 전 중간고사를 치르는 학교에선 “학생이 연휴를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한다. 추석 이후 시험을 치르면 시험을 준비하느라 명절을 쇠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 A고교 교감은 “추석 이후에 시험을 치르면 자녀를 차례에 데리고 갈 수 없다는 학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교사가 수업을 빨리 진행하면 (예년처럼) 진도를 맞출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추석 이후 중간고사를 치르는 학교에선 “추석 전에 시험을 보면 배운 내용이 많지 않아 평가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른 중간고사’는 기말고사 때 평가해야 할 학업 범위가 넓어져 학생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추석 이후 중간고사를 실시하는 서울 B중학교 교감은 “수업 일수와 평가 시점을 적절히 배분하지 않으면 중간고사 이후 아이들이 느슨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황금연휴 전 중간고사 실시가 ‘교사 편의주의가 아니냐’는 주장도 나름의 합리적 분석으로 보인다. 다수의 교사는 추석 전 중간고사를 치르는 것을 선호했다. 경기 C고교 교사 이모 씨(28·여)는 “추석 이후 시험을 치르면 연휴 기간 내내 시험 문제 보안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며 “문제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당장 조치를 취할 수 없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교사들이 고향 방문이나 명절 준비 등으로 인한 ‘명절 스트레스’가 작지 않다 보니 중간고사라도 미리 치러 두자는 마음인 것은 사실”이라며 “학교가 재량휴업일을 정할 때 연휴 다음 날로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귀띔했다.

추석 전 중간고사를 치른다고 해서 추석 연휴 기간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주는 것도 아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엔 추석 연휴를 맞아 ‘10일 단기 특강반’이 줄줄이 개설되고 있다. C학원 관계자는 “황금연휴까지 열흘을 앞둔 현 시점에 이미 상당수 강의가 마감됐다”고 했다. 직업이 ‘학생’인 아이들은 추석 연휴에도 쉬기 힘들다.

기자에게 e메일을 보낸 독자는 ‘공교육이 부끄럽다. 아이들이 교사를 어떻게 보겠느냐’고 했다. 취재를 마쳤으니 답장을 보내야 하는데, 뭐라고 써야 할지 난감하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황금연휴 전 중간고사 실시#교사 편의주의#이른 중간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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