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서혜림]농가주택 수리하기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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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
집을 사기 전까지 1,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녀야 했다. 그때마다 이사 비용으로 100여만 원, 부동산 중개 비용으로 몇십만 원씩 쓰면서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도시에 살아서 피곤한 이유 중 하나였다. 집을 사고 나서는 이사 다닐 필요가 없어졌지만, 사람도 차도 많은 도시가 피곤했다. 시골에 가면 좀 달라질까?

수많은 귀촌 관련 서적에서는 집과 땅부터 덜컥 사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래서 일단 귀농인의 집에서 지내며 천천히 집을 알아보았다. 다양한 집을 보다 보면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집마다 언제 지어졌고, 왜 빈집이 되었는지 내력을 모두 들었다. 각 시대의 건축양식을 구경했고, 어릴 때 보았던 툇마루며 살구나무까지 다양한 풍경이 떠올랐다. 빈집을 구하면서 원칙을 정했다. △농가 주택일 것 △마당이 있을 것 △연간 빌리는 값이 100만 원 이하일 것 등이다. 많은 지방 도시, 특히 농촌 지역의 경우 주민들의 연령이 높고, 빈집이 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내가 이사한 곳은 귀촌 인기 지역이다 보니 빈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8개월을 찾아다닌 끝에 겨우 적당한 집을 구했다.

우리 집은 1970년대 초반에 지은 농가 주택이다. 툇마루와 옛날식 축사가 있다. 현대식 화장실과 싱크대는 없다. 전통 방식의 구들에서 난방을 하고 식사를 준비하던 흔적은 있으나 현대화의 과정을 거쳐 연탄보일러를 사용했던 것 같았다. 마침 남편이 목수일을 시작해서 직접 고쳐보기로 했다. 집을 수리해 본 경험이 있는 목수를 한 분 모셔서 함께 작업을 했다.

시골집은 비가 많이 오면 피해를 보기 쉽다. 장마철을 대비해 빗물이 흐를 수 있도록 안마당과 뒤뜰에 큰 우수관을 묻었다. 마을 정화조에 하수 파이프를 연결해서 현대식 화장실을 만들어 내고, 싱크대 하수관도 연결했다. 연탄보일러는 위험하기도 하고, 지붕을 부식시킨다. 그래서 현대식 보일러도 들였다. 전기가 들어와 있었지만 누전 위험을 줄이려고 전기 공사를 다시 했다. 모든 공정에는 귀농 귀촌 선배들의 조언과 지역 전문가들의 손길이 필요했다. 꼭 직접 집을 수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달려들었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말이 집수리지 골조를 제외한 설비와 인테리어를 다 경험할 수 있었다. 초짜 목수였던 남편은 집을 수리해 보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목수로 불려 다니기 시작했다.

농가 주택을 수리하면서 시골 생활에 낭만도 있지만 어려움도 많다는 것을 배웠다. 매일 해가 질 때까지 공사 현장에서 삽질도 하고, 타일을 날랐다. 자연에 가까운 환경은 알고 보면 모든 것이 멀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활비가 덜 드는 이유는 누군가가 미리 수고해 둔 시설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깜깜한 밤과 가을의 냄새를 언제나 가까이 느낄 수 있어서 즐겁다. 고생스럽더라도 도시를 떠나고 싶다면 귀촌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서혜림
 
※필자는 인천에서 생활하다가 2015년 충남 홍성으로 귀촌하여 농사짓지 않는 청년들의 미디어협동조합 로컬스토리를 창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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