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동생이었던 아이유가 예술 쪽으로 조금씩 방향을 틀더니 이제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날’의 이병우 씨가 만들고 양희은 씨가 불렀던 따뜻한 행복의 깨달음을 노래한 원곡을, 삶의 고통과 어쩔 수 없는 수긍을 통한 성숙의 노래로 진화시켜 놓았더군요. 뮤직비디오를 꼭 보세요.
원곡은 부모님의 눈엔 한참 모자란 아들에 대한 노랩니다. 전날 밤 술을 퍼마셨던 아들은 목이 말라 눈을 뜹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눈부시죠. 파란 가을 하늘을 기대하며 빼꼼히 창문을 열었는데, 어느새 서늘해진 바람이 차가운 현실처럼 들이닥칩니다. 그것을 거부하는 재채기를 할까 말까? 아들은 망설이다가 현실을 직시하기로 하죠.
거기에는 새벽부터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를 떠오시는 아버지의 부지런함이 있고, 이른 아침 등교하는 아이들의 인내가 있고, 딸각딸각 아침 짓고 토닥토닥 빨래하시는 어머니의 분주함이 있고, 괘종시계의 어김없는 종소리와 조카들의 울음소리, 그 모두를 위한 구수하게 뜸 드는 밥 냄새가 있습니다.
그 위로 고추잠자리 하나가 잠 덜 깬 듯 엉성한 몸짓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습니다. 아들은 그 잠자리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죠. 난 응석만 부렸구나. 뜬구름만 쫓았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나를 돌봐주는 가족과 동네가 있었구나. 그들로 인해 내가 기쁘고 행복하구나.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자신이 유능하며 사회적으로 필요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입니다. 그것이 좀 부족해도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고 믿을 수만 있다면 행복한 축에 속할 수 있죠. 응석을 부리려면 좀 바보같이 굴어도 나를 사랑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아들은 운이 좋은 사람이죠.
청춘은 늘 막연한 뜬구름을 쫓는, 부모의 것이 아닌 독립된 가치와 견해를 가진 ‘나 자신’, 정체성을 얻는 시기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당연히 두렵고 아프죠. 하지만 부모가 조급해서 강제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아들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안정적인 정체성을 얻을 것입니다.
아이유는 원곡을 인간의 성숙 다음 단계에 대한 노래로 끌어올립니다. 다음 단계는 자기중심적인 본능을 극복하고 타인들과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는 ‘친밀감’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고, 그 다음은 사회적인 가치를 얻기 위해 ‘직업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죠.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그것들을 얻기 위해 애쓰는 우리의 안쓰러운 모습들을 보여주죠.
성숙의 네 번째 단계는 다음 세대를 잘 보살피고 지도하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다섯 번째는 축적된 지혜와 삶의 의미들을 아이들에게 잘 전달하는 ‘현명함을 지켜나가는 어른’의 역할을 하는 단계입니다. 마지막은 삶을 전반적이고 조화롭게 인식해서 가족과 사회의 평화와 행복에 일조하는 ‘통합’의 단계죠.
이런 일련의 단계들을 나이에 걸맞게 잘 통과하면 행복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우리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더 성숙한 ‘더 좋은 나’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죠. ‘가을 아침’이란 노래에서 그런 노력을 하는 아이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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