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요리책은? 미국 예일대가 소장한 고대 메소포타미아 점토 서판 가운데, 기원전 1700년경 요리법이 기록된 것이 있다. 고기와 채소를 함께 끓이는 요리가 주를 이루는데, 재료만 나열하고 구체적인 절차는 설명해 놓지 않았다. 본격적인 요리책으로 오래된 것은 4세기 말, 5세기 초 로마 제국의 ‘요리술(De re coquinaria)’이 손꼽힌다. 6세기 전반 중국에서 편찬된 농업백과사전 ‘제민요술(齊民要術)’에도 적지 않은 요리법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요리책은 ‘음식디미방’(1670년경)이다. 경북 영양의 재령 이씨 석계 가문의 며느리 장계향(1598∼1680)이 한글로 썼다. 146가지 조리법이 나오는데 국만 하더라도 족탕, 말린 고기탕, 쑥탕, 천어순어탕, 붕어순갱, 와각탕, 전복탕, 자라갱 등 다양하다. 장계향이 후기에서 당부했다. “눈이 매우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그 뜻을 잘 알아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자 베껴 가되 이 책 가져갈 생각은 하지 말고 며느리가 부디 잘 간수하라.”
오래되기로는 15세기 중반 전순의(全循義)가 쓴 농서이자 요리책 ‘산가요록(山家要錄)’이 있다. 밥 죽 떡 탕 국수 만두 두부 과자 등 구체적인 요리법과 술 빚기, 장 담그기, 식재료 저장법 등을 두루 설명한다. 김치만 해도 배추김치, 송이김치, 생강김치, 토란김치, 나박김치 등 38가지다. 16세기 중반 김유(金綏)가 편찬한 ‘수운잡방(需雲雜方)’도 귀중한 요리책이다. 쇠고기로 만드는 국수, 꿩고기 물김치, 솔잎으로 빚는 술, 우유와 쌀을 끓여 만드는 타락죽 등 200여 가지 요리법이 나온다.
최초의 근대적 요리책은 1917년 신문관에서 펴낸 방신영(1890∼1977)의 ‘조선요리제법’이다. 1937년에 8판이 간행된 스테디셀러였다. ‘모든 가정이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뜻의 만가필비(萬家必備)라는 문구가 제목 옆에 나온다. 방신영은 1929년부터 이화여자전문학교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했다. 이 책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올해로 ‘근대 요리책 100년’이다.
그 한 세기 동안 음식에 관한 책은 요리책뿐만 아니라 음식 인문학·사회과학이나 과학, 음식 산업, 음식 여행 등으로 매우 다양해졌다. 하지만 ‘먹방’이니 ‘쿡방’이니 하는 먹는 방송, 요리하는 방송에 밀린다. 조금만 찾아봐도 큰 책꽂이 하나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음식에 관한 좋은 책, 맛있는 책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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