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에서 최근 핵 야욕을 버리지 못하는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북한 포기론’에 이어 북한 붕괴를 대비해야 한다는 ‘붕괴 대비론’까지 분출하고 있다. 향후 중국 정부 정책의 골간을 결정할 다음 달의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중견 학자들을 중심으로 나오는 주장이어서 대북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자칭궈 베이징대 국제정치학원장은 최근 호주의 ‘동아시아포럼’지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이 한미 양국과 협력해 한반도 위기에 따른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포기론’을 넘어선 일종의 ‘북한 붕괴론’으로 북한을 결코 포기하거나 붕괴시킬 수 없다는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자 원장은 북한의 핵무기 처리, 대규모 난민 대처, 북한 사회질서 회복, 북한 정권의 재편 등 4가지를 한국 및 미국과의 협의 안건으로 제시했다. 북한 붕괴에 따른 제반 문제를 미국은 물론 한국과도 협의하자는 것은 미국의 선제타격에 따른 북한의 붕괴까지도 염두에 뒀다는 뜻이다. 동료 학자들의 지지가 잇따르면서 중국 내 파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내 대북 정책 논쟁은 5년 전 제18차 당 대회를 전후해서도 집중적으로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일부 학자는 핵개발을 고집하는 북한은 더 이상 미중 갈등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미국과의 갈등을 일으키는 ‘전략적 부담’이라며 ‘북한 포기론’을 제기했지만 중국 정부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확산되는 북한 포기·붕괴대비론에 중국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안 출신의 재야 학자를 동원해 자 원장의 주장을 한 번 비판했을 뿐 아직까지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까지 전격 시행된 마당에 미국과 북한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는 북-미 위기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 달 초를 전후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리고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중국도 달라져야 한다. 5년 전만 해도 북한은 핵을 개발하는 중이었지만 지금은 핵은 물론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손에 넣으려는 시점이다. 대화를 통해 북핵 포기를 이끌어내자는 주장은 북한조차도 동조하지 않는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핵 확산 금지 노력을 조롱하는 북한을 두둔할 것인지, 아니면 한국 미국과 함께 핵 없는 한반도와 평화로운 동북아 지역을 건설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어느 쪽이 시 주석이 강조하는 중국의 부흥, 즉 ‘중국의 꿈(中國夢)’을 이루게 하는 길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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