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우리는 경북 봉화 석포역과 승부역 사이에서 산사태로 인해 무궁화호가 탈선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산사태가 환경오염에서 비롯됐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탈선 사고로까지 이어지니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현장을 방문해보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생태계 훼손 정도가 심각했다. 필자는 훼손된 생태계 복원을 주요 연구과제로 삼고 있다. 이 때문에 1990년대부터 전국 주요 공업단지의 훼손 실태를 봐 왔지만 이곳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설상가상 이곳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수질오염까지 초래하고 있다.
문헌상 세계에서 가장 생태계 훼손이 심각한 곳으로는 캐나다 서드베리 지역과 유럽의 산성비 피해지역 등이 꼽힌다. 석포제련소 인근 환경도 이에 못지않았다. 눈에 보이는 광경이라곤 죽은 나무 등걸뿐이었다. 어쩌다 살아남은 식물의 잎은 붉은색으로 타들어가거나 반점이 흉하게 뚫려 있었다. 생명의 원천인 흙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하고 중금속과 독성이온만 가득할 터였다.
자세히 보니 열차 탈선지역 이외에도 여기저기서 산사태 조짐이 보였다. 금방이라도 흙더미가 무너져 내릴 듯 위험천만한 모습이었다. 이 지역은 경사가 매우 가팔라서 산사태 위험이 크다. 요즘은 극단 이상기후가 자주 발생해 그 위험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다행히 우리는 이렇게 심하게 훼손된 지역도 안정적인 생태 공간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비슷한 수준으로 훼손됐던 울산 공업단지 주변 산림생태계는 토양개량제를 적용하고 대기오염 및 토양오염에 견딜 수 있는 내성식물을 도입해 울창한 숲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번 사고 지역과 가까운 태백에도 비슷한 복원 사례가 있다. 폐허 같은 채탄 쓰레기 매립지를 토양개량제와 내성식물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복원했다. 특히 태백의 경우 국가 기관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이끌어낸 모범 비용 절감 사례로 꼽힌다.
과거 석포제련소 주변은 소나무 중의 소나무로 알려진 아름드리 금강소나무 수만 그루가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진달래, 참싸리 등 관목과 꽃며느리밥풀, 그늘사초 등 풀이 옹기종기 터전을 이뤘다. 최악의 훼손 지역인 서드베리와 유럽의 산성비 피해지역은 지금은 말끔한 제 모습을 찾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하게 훼손된 울산과 여천 공업단지도 생태계가 상당 부분 되살아났다.
우리는 이론과 실제 양 측면에서 복원을 위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제 생태계 훼손 원인 제공자와 그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의 결단만 남았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곳을 그대로 내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선진화된 생태적 복원을 통해 국민과 국토의 안전을 지켜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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