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권한대행,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청와대에서 만찬 회동을 갖고 5개항의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공동발표문은 한미동맹을 강화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은 용납될 수 없는 만큼 안보 현안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며, 여야정(與野政) 국정상설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안보 상황이 엄중한데 우리가 주도할 수도 없다”며 국정 협의체를 구성해 안보 문제를 상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만찬 후엔 청와대 ‘지하 벙커’로 안내하고 안보 현황을 직접 브리핑하기도 했다. 안철수 대표는 “내부 혼선이 겹쳐 국민이 더 불안해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권한대행도 “다층 방어망을 구축해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여야의 북핵 해법은 다소 달랐지만 한반도 위기 상황을 여야 대표가 공유했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날 회동은 북핵이 턱밑까지 다다른 최악의 위기상황에서 이뤄졌다. 한국당 홍 대표가 “사단장이 본부중대와 1, 2, 3중대 불러서 사열하는 식으로 밥 먹는 자리에는 갈 이유가 없다”며 불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안보 문제만은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던 한국당의 입장은 허언(虛言)이었나. 7월 19일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여야 대표 회동에 이어 두 번 연속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걷어찬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안보상황을 보는 시각과 대책이 여권과 다르다면 대통령 면전에서 따졌어야 했다.
물론 여권에도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안보 위기 속 초당적 대처를 당부하려면 대통령과 여당도 굳건한 안보관을 보여줘야 했다. 문 대통령은 26일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논란이 큰 ‘남북 10·4선언’에 대해 이 선언이 이행됐다면 한반도에 평화가 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니 여당 중진 우상호 의원이 북한이 두려워하는 미군 전략폭격기의 북한 공해상 무력시위가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것 아닌가. 올해는 추석 선물로 전투식량과 방독면 등이 담긴 ‘생존 배낭’이 등장했다. 이것이 우리가 맞닥뜨린 안보 현실이다. 안보에는 여야와 보수·진보, 우파와 좌파를 떠나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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