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세청 통계 분석에 의하면 2016년 청년 창업 상위 10개 업종 중 4위가 커피숍이다. 1인 가구가 늘고 외식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작년 한 해 무려 4587개의 커피숍이 청년창업으로 새로 문을 열었다. 한 집 건너 커피숍이 있고 온갖 종류의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모닝커피와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이 줄을 선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현대사회에서 생필품화된 커피는 전 세계에서 하루 22억5000만 잔 이상 소비되는 기호식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종·순종실록에서 커피를 ‘가배차’라고 기록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커피를 처음 마신 사람은 고종으로 알려져 있다. 을미사변 아관파천 동안 러시아 공사 베베르가 고종에게 커피를 소개했고 고종은 커피를 하루에 다섯 잔 이상 마셨다고 한다.
이후 우리나라는 100년 넘는 세월 속에서 가히 커피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커피를 소비하고 있다. 한국 커피 시장이 지난해 9조 원에 이르고 국민이 마신 커피는 약 250억 잔, 1인당 연간 500잔을 마실 만큼 커피 사랑은 극진하다. 연간 성인 1인당 지출하는 커피 값만 200만 원 정도 되는 셈이다.
연평균 기온이 20도에 우기가 있어야 하고 일교차가 큰 산 중턱이나 고산 지역이라야 질 좋은 커피 열매가 생산된다. 이런 조건을 갖춘 지역을 연결해 ‘커피벨트’라고 부른다. 에티오피아, 브라질, 케냐,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미국 하와이, 멕시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이 벨트에 속한다. 그러나 에런 데이비스 영국왕립식물원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속도의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커피 재배지가 축소돼 에티오피아의 경우 최고 품질로 알려진 아라비카 커피 생산량이 2080년 65∼10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4년 브라질의 대가뭄으로 인해 커피 원두 가격이 2배나 올랐고 세계 세 번째 커피 생산국인 콜롬비아는 지난 30년간 평균기온이 2도 올라 병충해로 인해 생산량이 25%가량 줄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따르면 2050년까지 지금보다 평균 지표면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중남미 커피 생산량이 현재보다 73∼88%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커피기업 스타벅스는 기후변화로 인한 커피 생산량 및 질적 하락을 우려한다. 필자가 감명 깊게 본 시드니 폴락 감독의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에서는 여주인공 메릴 스트립이 케냐의 대초원에 하얀 꽃이 만발하는 커피농장을 운영하다 이상기후로 인해 커피 값이 폭락하고 화재까지 겹치자 커피농장을 팔고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만약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진행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커피 농부와 경작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커피벨트의 커피를 생산하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는 싼 인건비와 높은 빈곤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커피 생산국인 에티오피아는 커피농장에서 생활하는 인구가 1500만 명에 이른다. 기후변화가 개인의 삶과 국가의 미래까지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 싸고 맛있는 커피를 계속 즐기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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