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권의 나무 인문학]절실해야 만날 수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일 03시 00분


<14> 차나무

차나무는 열매를 맺기 전과 열매가 맺힌 후 두 번 순백색 꽃을 피운다.
차나무는 열매를 맺기 전과 열매가 맺힌 후 두 번 순백색 꽃을 피운다.
차나무는 뿌리를 깊게 내리는 직근성(直根性) 나무다. 차나무를 비롯해 동백나무 소나무 같은 직근성 나무는 옮기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전통시대 결혼 때 부모가 딸과 며느리에게 차나무의 열매를 준 것은 이혼하지 말고 잘 살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차는 차나무의 잎을 달이거나 우려낸 것을 의미한다. 차나무의 잎은 크기에 따라 대엽종, 중엽종, 소엽종으로 나눈다. 중국 서남부와 인도 북부에는 대엽종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북쪽에는 중엽종과 소엽종이 잘 자란다. 중국 당나라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에 따르면, 차는 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른다. 차(茶)는 가장 일찍 딴 잎, 명(茗)은 가장 늦게 딴 잎의 이름이다.

차를 뜻하는 또 다른 이름에는 가(가), 천(C), 설(설) 등이 있다. 나는 차의 이름 중에서도 ‘차 향기’를 의미하는 ‘설’을 가장 사랑한다. 찻잎의 향기가 어진 마음을 발효시키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찻잎이나 차를 우려낸 물의 색깔에 따라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등으로 나눈다.

차나무는 인도 달마대사의 속눈썹에서 나온 설화를 갖고 있다. 중국으로 건너간 달마는 숭산의 소림사 달마 굴에서 9년 동안 수양했다. 그는 어느 날 수양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졸고 말았다. 화가 난 달마는 속눈썹을 찢어서 땅에 버렸다. 시간이 지나자 그곳에서 차나무가 나왔다. 이 같은 차나무의 설화는 차가 불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차선일미(茶禪一味)와 끽다거(喫茶去)는 차를 통한 불교의 참선을 상징하는 단어다.

중국 신농씨가 발견한 차는 인류가 창조한 음식 중에서 최고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차를 다반사(茶飯事)로 마신다. 조상이나 존경하는 사람들을 기념하는 행사 때 차를 올리는 ‘차례(茶禮)’는 차의 일상성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인간이 수천 년 동안 차와의 만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효능과 함께 차나무의 삶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차나무는 순백의 꽃(雲華)이 핀 후 열매를 맺지만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다시 꽃을 피운다. 차나무는 꽃과 열매가 상봉하는 독특한 나무다. 그래서 차나무를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 부른다. 누군가를 절실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차나무#직근성 나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