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사라진다면 가장 먼저 멸종할 동물과 가장 오래 살아남을 동물이 뭘까. 힌트. 둘 다 곤충이다. ‘인간 없는 세상’ 저자 앨런 와이즈먼에 따르면 첫 번째는 인간 주거환경에 적응해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아온 바퀴벌레다. 반면 핵전쟁 이후에도 개미는 생존할 것이라고 곤충학자들은 관측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개미는 불과 20만 년 전 출현한 호모사피엔스(현생 인류)보다 550∼650배 오랜 기간 생존해 왔기 때문이다.
▷개체로서 개미는 연약하지만 군집으로서의 개미는 무시무시하다. 개미가 강한 것은 철저한 계급사회, 분업사회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소설 ‘개미’를 통해 보여준 것처럼 개미는 집을 짓고 음식물을 모으고 저장하며 새끼를 기르고 전투를 치르는 모든 일이 분업화돼 있고 페로몬으로 고도의 의사소통을 한다. 개미 한 마리에게 페로몬 냄새를 없애는 올레산을 칠하면 다른 개미들이 이 개미를 식량이나 적으로 오인해 죽이거나 공격한다.
▷강한 독성을 가진 붉은불개미는 남미에서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까지 왔으니 얼마나 생존력이 강한지 짐작이 가능하다. 지난달 28일 부산항에서 발견된 이후 추석 연휴를 공포로 몰아넣은 살인개미 파동은 이튿날 정부가 10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개미집을 찾아 파괴한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붉은불개미 유입이 처음이라는 보장도 없을뿐더러 파괴한 개미집이 유일한 개미집이라는 근거도 없다. 개미가 아스팔트를 뚫고 나왔다는 점에 비추어 도로를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왕개미는 평생 수천∼수십만 개의 알을 낳으며 강력한 페로몬을 발산하는, 개미제국의 지배자다. 일개미 병정개미를 아무리 없앤다 해도 여왕개미를 죽이지 않으면 소용없다. 홍수가 날 때도 붉은불개미는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구(球)를 만들어 물에 떠다니며 견딘다. 당국은 방역과정에서 “여왕개미는 죽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행방이 묘연한 여왕개미에게 현상금이라도 걸어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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