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寇準)의 ‘육회명(六悔銘)’에 이르기를 “관리로서 부정하면 실세했을 때 후회하고(官行私曲失時悔) / 부자가 검소하지 않으면 가난해졌을 때 후회하고(富不儉用貧時悔) / 젊어서 배움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때가 지났을 때 후회하고(學不少勤過時悔) / 일을 보고 배우지 않으면 쓸 일이 있을 때 후회하고(見事不學用時悔) / 취해서 함부로 말을 하면 깼을 때 후회하고(醉後狂言醒時悔) / 편안할 때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병들었을 때 후회한다(安不將息病時悔)” 하였다.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 선생의 ‘성호전집(星湖全集)’ 48권에 실린 ‘여섯 가지 후회에 대한 명(六悔銘)’ 서문입니다. 구준(962∼1023)은 송나라의 명재상으로, 우리가 살면서 저지를 수 있는 큰 잘못 여섯 가지를 가슴에 새기고자 이렇게 ‘명(銘)’으로 정리해 주셨습니다. 성호 선생께서 우연히 그것을 보시고는 느낀 바가 있어 서문에 수록한 다음, 여기에 당신의 ‘후회’ 여섯 가지를 다음과 같이 덧붙여 주십니다.
행동을 제때 하지 않으면 지나간 뒤에 후회하고(行不及時後時悔) / 이익을 보고 의를 잊으면 깨달았을 때 후회하고(見利忘義覺時悔) / 남의 뒤에서 단점을 논하면 대면했을 때 후회하고(背人論短面時悔) / 일을 처음에 살피지 않으면 실패했을 때 후회하고(事不始審E時悔) / 분노로 내 몸을 잊으면 환난을 당했을 때 후회하고(因憤忘身難時悔) / 농사에 힘쓰지 않으면 수확할 때 후회한다(農不務勤穡時悔).
두 분 것만 합쳐도 후회할 일이 벌써 열두 가지나 됩니다. 그런가 하면 송나라의 유학자 주희(朱熹) 선생께서도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저지르기 쉬운 잘못 열 가지를 뽑아 ‘주자십회(朱子十悔)’라는 이름으로 정리해 주셨습니다. 이것은 너무나 유명해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여기서 따로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위의 열두 가지 후회와 일부 겹치기는 합니다.
당대의 명재상이나 대학자들께서 저런 말씀을 하셨다는 건 그분들도 이런 후회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셨다는 뜻일 겁니다. 그러니 우리네 보통 사람들이야 후회할 일을 얼마나 많이 만들겠습니까? 문제는 그 깨달음이 항상 뒤늦게 찾아온다는 사실. ‘후회하지 말아요’는 곧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아요’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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